제목만 보고 깜짝 놀라셨죠?
아마도 제가 ‘늦둥이를 가졌나?’ 라고 생각하신 분도 계실테고
‘그동안 혹시 입양을 했나?’ 라는 생각을 하신 분도 계실거에요.
만약 그렇게 생각하셨다면…땡!
모두 틀리셨습니다.^^

사실은 제가 일주일에 세번씩 저녁에 세시간 동안
귀여운 두살짜리 여자아이를 맡게 되었어요.
일명 베이비시터~^^

이 아이는 언젠가 칼럼(칼럼#21- 아주 특별한 경험)에서 소개했던 동생의 아이인데
그 동생이 지금 박사과정 막바지에 있는 터라 무척 바쁘거든요.

바쁘더라도 육아의 책임을 간과할 수는 없기에
한국에 계신 친정 어머니를 모셔올까 생각했다가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 어렵게 되고,
잠시 아이를 한국에 보내볼까도 생각했다가
그건 또 아이에게 못할 짓이다 싶어 관두고,
여태까지 해온 공부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가
지금까지 투자해온 시간과 노력이 너무너무 아깝고…
그렇게 혼자서 온갖 궁리 다하다가 조심스럽게 제게 부탁을 해왔는데
제가 아주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수락을 했습니다.

아이와의 세시간은
아이를 Day Care Center에서 픽업하는 일부터 시작하기에
제 차 뒷자석에는 실로 오랜만에, 아이의 Car Seat이 놓여 있습니다.

Car Seat을 받아오던 날..
아이의 Day Care Center에 가서 선생님들에게도 눈도장을 찍고
우리집에서 필요할 것 같은 아이용품을 받아왔지요.
기저귀, 물휴지, 여분의 옷, 책, 장난감, 컵, 식판 겸 의자 등…

그런데..왜 그렇게 가슴이 설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직..손녀를 돌볼 나이는 아닌데…
마치 손녀를 만나는 할머니의 마음이랄까요?
공연히 그런 마음이 들어 혼자서 피식 웃기까지 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아이를 픽업하러 갔는데
엄마의 픽업에 길들여있던 아이라 제게 안 오고 선생님께 꼭 붙어있더라구요.
엉엉엉..울면서요.
혼자서 픽업을 하러간 제가 낯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에 갑자기 마음이 짠해지더라구요.

안아서 달래고 차에 태워 노래도 불러주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우리 애들 어렸을 때 불러주었던 노래들을
다시 불러보았습니다.
슬슬 분위기에 익숙해졌는지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집에 도착해 아이와 함께 하는 설레는 세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아이 교육의 기본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까닭에
집에 오자마자 아이와 함께 손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밖에 나갔다 오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 말하면서요.
그리곤 얇게 자른 사과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안 먹겠다고 주먹을 쥐던 아이가
제 애교(?)에 넘어가 슬그머니 사과를 받아 쥐고
야금야금..맛있게 사과를 먹는 아이의 모습에
‘야홋! 꼬시기1차 작전 성공’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워낙에 총명한 아이인데다
그동안 엄마가 없는 시간 쪼개어 많이 이야기 해주고 놀아준 까닭에
말귀도 어찌나 잘 알아듣고 영리한지..
급기야는 제가 황소 장난감을 보여주며 “음매~~~”했더니
아이는 “moo~~~~”하며 응수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원래 아이는 사귀기가 엄청 힘든 스타일이거든요.
무슨 말을 해도 대꾸도 잘 안해주고, 낯도 많이 가리고 말이지요.

그랬던 아이가 그렇게 저랑 잘 놀아줘서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답니다.
계란찜에 달래무침에 밥도 한 그릇 비워주시고~
퇴근한 남편 무릎에 얌전하게 앉아서 놀아주시고~
후식으로 내놓은 오렌지도 야무지게 잘 먹어주시고~
냅킨으로 입도, 손도 깨끗하게 닦아주시고~~
기저귀도 손수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고~
우리집에 온 아이가 정말이지 선물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저녁 8시가 되자 동생이 아이를 데리고 가고
세시간을 마치 할머니처럼 놀아준 터라 저는 무척 피곤했지만
제 마음 한 켠에 아이의 여운이 남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이래서 늦둥이를 낳는구나….^^’

핸드폰에 일주일에 세번 아이 픽업할 시간을 알람으로 맞춰놓고
오늘 오후에도 아이를 픽업하러 갈 시간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나는 참, 재수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