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날 불혹의 생일을 맞았습니다.
불혹..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음. 유혹되지 않음.

공자가 나이 마흔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한 이 말을
지금까지는 그저 그렇게만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막상 나이 사십이 되자 그 의미가 새롭게 와닿기 시작합니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나이가
특히나 불혹의 나이가 아닐까..
그렇기에 그 유혹에 굴하지 않기위해 자신을 다잡아야 하는게 아닐까..
결국 불혹의 의미는 유혹에 굴하지 않음이 아니라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하고 말이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제게
늘 마음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 친구가 한 권의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딸 위녕에게 주는 산문이 그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늘 제 편이라는 생각을 키워주는 것이
사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요~
그런 느낌은 절대 마음만 갖고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아이 편이 아닌 엄마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엄마의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엄마가 제 편임을 말해주세요.
때론 글로, 이메일로, 카드로, 편지로 엄마의 마음을 전해주세요.
위로와 격려,
축하와 감사,
극복과 용기,
사랑과 희망이 가득 담긴 응원의 메세지.
분명히 그 메세지들은 그저 묵묵히 마음으로 보내는 메세지와는 다른
감동의 결과를 줄 것입니다.

제 생일의 열흘 후가 딸아이의 생일입니다.
바로 엊그제 토요일이었지요.
특별히 이번 딸아이의 생일은 sweet 16 생일이어서
카드도 따로 준비하고, 카드메일도 엑스트라로 더 챙겨 준비했습니다.
카드 안에는 16년 간 엄마의 딸로 살아온 감사와 고마움을 잔뜩 담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엄마가 항상 응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흉내를 살짝 내보았지요.^___^
그리고 삶이 힘들고 고단하고 지칠 때..
엄마가 항상 곁에서 친구가 되어주리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2008년 10월.
불혹을 맞은 중년의 여자와 sweet 16이 된 사춘기 여자아이는
둘다 인생의 큰 고개 하나를 넘어갑니다.
이인삼각 경기를 하는 것처럼 하나 둘 하나 둘 발을 맞춰
미리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처지지도 않게 한 보 한 보 앞으로 나갑니다.
가끔은 중년의 여자 쪽으로 몸이 기울기도 하고
가끔은 사춘기 여자 아이 쪽으로 몸이 기울기도 합니다.
때론 돌부리에 넘어지며
때론 커다란 물웅덩이에 빠지는 것을 간신히 추스리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햇빛이 쨍쨍 내리 쬐 줄 테지만
또 어떤 날은 하루종일 먹구름에 큰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티격태격 싸우며 걸어가는 날도 있지만
오손도손 웃음지으며 걷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여자와 사춘기 여자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고단하거나, 즐겁거나, 따분할 때..
인생의 험난한 고개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서로가 힘이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을 압니다.
이인삼각 경기를 하듯 서로를 응원해가며 지지해줄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결코 외롭지 않음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