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키가 제 목 언저리 밖에 오지 않았던 아들 녀석이
몇 달 새 훌쩍 커 이제 제 키를 넘어섰습니다.
8학년이니까 쑥쑥 클 때도 되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이런 날이 오고보니 반가운 마음 한 켠에
저도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무엇인가 준비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준비라고 해봤자 대단히 거창하고 떠들석한 것은 아니구요.
자식만 바라보고 있다가 느끼게 될 ‘어떤 허무감’에 대한 대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늘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엄마를 가장 먼저 생각해주고,
엄마의 자식으로 엄마의 품에서 종종거리며 엄마만 보던 자식들이지만
때가 되면 엄마의 품을 벗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아마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겠지요.
하지만 그 기정사실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품안의 자식이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릴 때,
엄마는 갑자기 밀려드는 허무감에 삶의 즐거움 조차 잃어버릴 지 모릅니다. 
평생을 ‘자식’만 뒷바라지 했던 엄마인 경우 더욱 심할 수도 있겠지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난다.’ 라는 말이
자식의 자리인 경우는 더 확연할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 엄마들은 그 때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준비에 ‘놓아주는 연습’이라는 이름을 붙여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쉬워지는 것이니
분명, 자식을 내 품에서 놓아주는 것도 연습을 하다 보면 인이 박히겠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고 빨고, 함께 지낸 시간들이 얼마인데 그게 쉽겠어요?
하지만 자식을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놓아줌이 있어야만
자식도 행복하고, 엄마도 행복하리라 여겨집니다.

놓아주는 연습..
그 연습의 첫번째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라’고 말해봅니다.
늘 자식과 함께 할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때 느껴지는 것이 공허감이고, 허무함일테구요.
자식들을 라이드할 때는 그것에만 해방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아이들이 떠나고나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얼마나 그리울런지..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어느새 제 가슴에는 울컥…물이 고입니다.
이러니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할 밖에요.^^
아이들이 집을 떠날 때, 그때에 맞딱뜨려 공허감, 허무함, 그리움 느끼지말고
한꺼번에가 아니라 서서히, 조금씩…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세요.
운동도 하고, 시간 내어 틈틈히 컴뮤니티 칼리지의 클래스도 들어보고,
아주 가끔씩은 혼자서 영화구경도 가보구요.
그렇게 홀로서기가 익숙해지면 아이들이 떠날 때 즈음엔
한층 자신과 친해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놓아주는 연습..
그 연습의 두번째로 ‘자식을 보낸 후 할 일을 찾아라.’고 말해봅니다.
일하는 엄마의 경우는 자식을 보낸 후에도 그 일을 계속하며 활력을 얻겠지만,
일하지 않는 전업주부의 경우,
육아에 할애되었던 상당한 시간들이 비어있게 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 뭔가 할 일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틈틈히 라이센스 준비를 할 수도 있고,
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도서관이나 양로원에서 봉사도 할 수 있겠지요.
미리미리 준비해 둔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집을 떠난 후,
좀 더 본격적으로 할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놓아주는 연습..
그 연습의 세번째로 ‘자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라.’고 말해봅니다.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엄마 품 안의 자식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 이건 하지마, 저건 해!, 이리 와, 저리 가!
사사건건 간섭할 수 없지요.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의 모습은
오히려 자식들과의 거리만 넓혀나갈 뿐입니다.
간섭보다는 인격체로서 대우를 해주는 엄마의 모습은
자식들과의 거리를 좁힐 뿐 아니라
엄마 스스로 멋진 인격체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놓아주는 연습..
그 연습의 네번째로 ‘자식들에게 집안일을 가르치라.’고 말해봅니다.
놓아주는 것은 비단 엄마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놓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놓임을 당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요.
놓임을 당하는 사람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래하기, 요리하기, 청소하기, 돈 관리하기, 운전하기, 쇼핑하기 등등
자식들이 혼자 설 수 있도록 놓아주는 사람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야 놓아주는 사람도, 놓임을 당하는 사람도 한결 마음이 가벼울 것입니다.

놓아주는 연습..
그 연습의 다섯번째로 ‘남편과의 관계를 돈독케하라.’고 말해봅니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난 후, 이제 집에 남은 사람은 남편과 자신입니다.
아이들이 있을 때 미리미리 대화도 많이 하고
관계의 끈을 단단히 매어 놓지 않으면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난 뒤에는 ‘따로 국밥’이 되기 쉽겠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제 갈 길 가게 놔두고
남은 부부는 또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오손도손 살아갈 수 있도록
남편과의 관계를 돈독케 하기를 권합니다.

자식들을 놓아주는 연습..결코 쉽지 않음을 압니다.
우선 우리 곁에서 활짝 웃는 아이들을 떠나보낼 미래가
아직은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며,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놓아주고 싶지 않은 우리의 사랑하는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식들을 위하는 길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알고
슬슬, 조금씩 조금씩 놓아주는 연습을 하기로 합시다.
그것이 결국 자식들도, 우리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보키아줌마는 이 글을 쓰는 순간부터 놓아주는 연습에 돌입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성급하지않게…천천히...그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