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최혜정 2006년 작-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프레임마다 번쩍이는 광고가 많이 눈에 띕니다.
옷 광고에서부터 책, 그릇, 심지어 사람 찾는 광고까지..
예전에 비해 요즘에는 광고의 범위는 무한대고
그 내용도 기발하고 참신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광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그렇게 얻은 아이디어가 대박이 나기도 하지요.

저는 얼마 전에 어느 뉴스 사이트에서 눈에 확 띄는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남편이 컴퓨터를 하는 어깨 너머로 말이죠.
광고가 보여지는 시간은 끽해봐야 5초 정도 밖에 안됐지만
(물론 계속 재생됩니다.)
그 내용은 이렇게 칼럼의 주제로 쓸만큼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어쩌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음직한,
제 마음을 사로잡은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80년 인생을 산다면..
26년 잠을 자고
21년 일을 하고
9년 먹고 마시면
웃음은?

어떤가요?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그런 내용 아닌가요?
여러분은 과연 웃는 시간이 80년 인생에 얼마 동안이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글을 읽어 내려가기 전에 여기서 한번 그 기간을 추측해보세요~^^)

이 광고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광고였습니다.
웃음과 관련된 어떤 이벤트인가 궁금한 마음에 한번 클릭을 해보았죠.
그랬더니 이벤트 내용 설명 전에 부가된 사실에
또 한번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2008년 설문조사 결과 웃음과 행복 간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85.4%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생을 80년 기준으로 볼 때, 웃는 시간은 20일 밖에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벤트 사이트에 적힌 글 중에서)

인생 80년에 웃는 시간이 불과 20일 밖에 안된다는 결론은
저에겐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웃음이 많은 저는 적어도 2년…하며 어설픈 짐작을 해봤지만,
제 생각엔 그 어느 누구도 20일(480시간)을, 혹은 그 근처의 시간이라도
추측하지는 못했을 것 같거든요.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적어도 그 보다는 좀 더 많이 웃고 산다고
추측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이 통계가 어떻게 나왔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어떤 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이 통계가 맞는다는 가정 하에 계산을 해보면
80년 인생에
일하는 시간,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웃는 시간 (56년 20일)을 다 뺀
그 나머지 23년 345일을
우리는 무뚝뚝하게 무표정으로 있거나
화를 내고 짜증을 내거나,
혹은 울거나, 심각하게 보내고 있었다는 결론입니다.

(그것도 56년 20일을 미소짓고 있었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섬뜩하지 않나요?
저는 갑자기 소름이 오싹 돋았습니다.
80년 인생..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인생인데
그 인생을 살면서
고작 20일 웃고, 23년 345일은 웃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요.

실없이 실실거리며 웃는 것은 바보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보는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딱해보이는거지
정작 자신은 행복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23년 345일을 웃지 않고 보낼 때
정상인들과 반대로 그들은 그 시간 만큼을 웃고 보내니까요.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말입니다.

어제 딸아이는 학교에서 Winter Drum Line 오디션을 봤습니다.
작년에 실로폰을 해서 올해도 그걸 하겠지 싶었는데
올해는 한번도 해보지않은 Base Drum에 도전장을 냈다고 합니다.
오디션을 마치고는 실력이 쟁쟁한 애들이 많아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지레 풀이 죽어있는 아이에게,
“내가 봤을 때 넌 최선을 다했고,  잠재적 능력 또한 있으니까 멀리 내다보는 선생님이라면 아마도 널 뽑아줄거야. 안 뽑힌다면 그건 선생님 눈이 삐었고, 인재를 안 뽑아준 학교 손해일 뿐이고~~^^”
하며 위로를 해주었죠.

그 말에 기운을 얻은 아이는 떨어져도 웃을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대대로 선생님이 안목이 있는 분이었든지
딸아이를 덜컥 Base Drum 주자로 뽑아줬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또 딸아이에게,
“그것 봐라. 결과도 나오기 전에 미리부터 우울해하고 좌절하면 자기만 손해지?
최선을 다했다면 웃으면서 결과를 기다리는거야. 설사 결과가 나쁘더라도 넌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는 없는거고.”
하고 또 그럴싸한 말을 해줬습니다.
(아마 저는 물에 빠져 죽으면 입만 둥둥 뜰 것 같습니다.^^)

80년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미리 겁먹고, 미리 추측하고, 미리 결론을 내서
미리 슬퍼지고, 미리 화나고, 미리 짜증나고, 미리 아파합니다.
하지만 미리 결론을 내고 아파하지말고 먼저 웃어보세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해보세요.
그러면 웃음 바이러스가 예기치못했던 행복까지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이벤트 광고에는
‘하루 한번의 웃음이 행복으로 가는 작은 발걸음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여러모로 힘들고 어렵고 아픈 시기입니다.
하지만, 하루 한번의 웃음으로 이 시기를 행복하게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적어도 80년 인생에 1년은 웃고 사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더불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_____^
 
**혹시 도움이 되실지 몰라 이벤트 사이트를 적어봅니다.
http://sk.co.kr/event/event_view.php
가셔서 웃음바이러스, 행복바이러스 잔뜩 받으세요.
(참고로 저는 이벤트를 하는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