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 앞에서, 분홍빛 비올라꽃이 햇볕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비올라 화분을 사서 교무실로 갔다. 매일매일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주었다. 가끔씩 보드라운 꽃잎도 어루만져 주었다. 그러나 그 꽃은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동그란 얼굴을 숙여버렸다. 빨리 시들어버린 그 꽃이 야속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올라꽃이 내 사랑을 배반한 것이 아니었다. 적은 햇볕과 담배연기 가득 찬 교무실로 가져오던 날부터, 어쩌면 그 꽃은 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철환의 <<연탄길 2>>중에서-

한번이라도 화분을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사랑을 배반한 적이 있는 화분을 마주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름을 견디지 못하고 동그란 얼굴을 숙여버렸거나
살짝 건들였을 뿐인데도 뿌리가 썩어 쑥 뽑혀져 나왔거나
마른 잎 잔뜩 매달고 말라 비틀어졌을 화분을 말이죠.

더 아끼는 마음에 물도 꼬박꼬박 챙겨주고
잎도 깨끗하게 닦아주고
적당한 햇빛과 온도로 정성을 기울였는데도
내 사랑을 배반한 화분..

그래서 화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번번히 화분과의 사랑에 실패하여
결국엔 화분 키우기를 포기하게도 됩니다.
"이상하게 난 화분하고 안 맞아..."
"내가 키우기만 하면 화분이 죽는단 말이지.." 애석해 하면서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화분이 우리를 배반한 것이 아니더이다.
우리가 아무런 지식없이 오로지 화분에게 정성(많은 햇빛과 풍부한 물)만 쏟은 것이
화분의 뿌리를 썩게도 하고 말라 비틀어지게 하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만약 선인장이라면 물을 많이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것처럼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다고, 사랑한다고 매일매일 지나칠 정도로 물을 준다면(간섭) 
그 사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를 지치고 힘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지나친 관심보다 조금 부족해 보이는 무관심이
사랑을 키우고 마음을  이어가는데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도 이런 생각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것은

결국엔 아이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까요.

적당한 선에서 '절제'를 가르치는 것.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으로 알려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이고, 더 나은 사랑의 기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칼럼을 쓰기 시작한지 꼭 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______________^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에 항상 함께 해주시길 바라면서

더 좋은 칼럼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