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책정리를 하다가 책갈피에 꽂혀있는 학창시절의 흔적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맨 처음 미국에 올 때 짐 가방에 쑤셔넣어 가져 온 오래된 책 속에 있었던 터라
하마터면 있는 지도 모른 채 묻혀 있을 뻔한 기억의 조각 하나.
그것은 다름 아닌 A4 사이즈의 편지지에 코팅된 '나의 100문 100답'이었습니다.

100문 100답..
 
어디서 그 질문들을 가져와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질문의 내용을 보니 그 시절의 유치함과 순수함이 짬뽕이 되서 유치뽕짝을 이룹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 나의 가치관이 무엇이었는지 더듬어 생각해볼 수 있고
어쩐지 그 시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나는 것 같아 짐짓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어느덧 열 여덟살 여고생이 꿈꾸고 바래왔고 추측했던 미래에 살고있는 나이기에
오히려 그 100문 100답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문득, 지금 다시 '나의 10문 10답'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졌습니다.
여고시절 적어놓은 100문 100답의 10분의 1 밖에 안되지만,
그때의 유치한 질문들은 싹 빼버리고 중년의 나이에 걸맞은 걸루요.

나의 10문 10답

1. 산다는 것의 정의?
2. 만약 욕심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3. 하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은?
4. 살면서 지양해야 할 것?
5. 살면서 지향해야 할 것?
6. 부모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7. 자식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8. 남편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9. 먼훗날 그려본 내 모습?
10. 죽음을 대하는 자세?

바쁘고 정신이 없을지라도 때로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년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지금,
20년 전의 나를 떠올리며 한 해 한 해를 반추해보고,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나를 반성해보고, 더 좋은 자식, 더 좋은 부모, 더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보기도 합니다.
분명히 내일은 어제보다는 나을테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지금까지의 인생을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나의 10문 10답'을 해봅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보키의 10문 10답

1. 산다는 것의 정의?
   삶은 숨쉬는 것..숨쉬는 것은 산 자들의 특권..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일지라도 삶은 특권이다.
2. 만약 욕심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사람 욕심
3. 하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은?
   청소..ㅋㅋ
4. 살면서 지양해야 할 것?
   선입견으로 사람 판단하지 않기, 행동보다 말이 앞서지 않기, 해놓고 후회하지 않기
5. 살면서 지향해야 할 것?
   겉보다 속마음 보기, 감사하기, 사랑하기, 좋지 않은 일은 빨리 잊기
6. 부모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화 자주 드리기, 전화해서는 싹싹하기
7. 자식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잔소리 덜하기, 좋은 본 보이기
8. 남편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랑한다 말하기, 좋아하는 된장국 매일 끓여주기
9. 먼훗날 그려본 내 모습?
   주름이 자글자글 하겠지만 그 주름은 결코 밉지 않은 주름이었음 좋겠고,
   백발이 성성하겠지만 그 백발은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백발이었음 좋겠고,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기뻐하는 그저 평범한, 결이 고운 할머니가 되고싶다.
10. 죽음을 대하는 자세?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내가 태어날 때는 나 혼자 울고 다 웃고 있었지만
   내가 죽을 때는 나 혼자 웃고 다 울고있으면 좋겠다.'란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난 결심했다. 나도 웃고 죽을 수 있었음 좋겠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