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을 잡아본 것이 언제였나요?
어머니를 안아드린 것이 언제였나요?
오래 전에 우리가 받았던 것을 돌려드릴 때입니다.
손톱을 깎아드리고, 발을 씻겨드리고, 등을 밀어드리고, 어깨를 주물러드리세요.
어머니 등 뒤에서 살짝 안아보세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이 서로의 가슴에 물결칠 것입니다.

- 고도원의《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중에서 -

어떤 아이를 가리켜 "저 아이는 참 효성이 지극해!" 라고 말하는 것을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식이 부모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입니다.
게다가 장님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야만 효성이 지극하다고 생각하는
효도에 대한 우리들의 강박관념에서도 그 이유를 찾아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효녀 심청은 효성이 지극한 자식의 대명사로 오랜 세월 동안 인구에 회자되어 왔지만
'효도'라는 미덕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과연 심청이의 효도처럼 부모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나를 희생하는 것만 효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효도는 영영...나에게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맙니다.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저는 부모보다는 남편이나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나에게 섬광과 같은 빛이 되어준 글이 바로
앞서 인용한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라는 책에 있었습니다.

효도..그거 아무나 손쉽게 할 수 있는거드라구요.
아버지의 손을 한번 잡아드리고 어머니를 한번 안아드리고,
손톱도 깎아드리고, 발도 씻겨드리고, 목욕탕에 함께 가 때도 밀어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손잡고 쇼핑도 가고, 귀지도 파드리고, 흰머리도 뽑아드리고,
염색도 해드리고, 가끔씩 맛있는 것도 만들어드리고....
다만 한가지 '따뜻한 마음'이라는 여린 듯 해보이지만 강력한 무기와 함께라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사실만 염두에 두면 심청이가 울고 갈 효도도 가능할 것이라 믿습니다.
(적어놓고보니 미국에 와서 사는 이유로 이렇게 발로 해도 할 수 있을 효도도 못하고 사는 것 같아 맘이 짠합니다. 한국에 가게 되면 하나하나 적어두고 X표를 치며 실천해봐야 할 것들..
그런 사소한 효도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부모님께 그저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효도가 심청이의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 후에 우리는 주변에서 아주 쉽게 우리 아이들의 효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말하는 것도 효도,
맛있게 밥을 먹고나서.."잘 먹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도 효도,
학교에 가기 전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말도 효도,
밥을 꼭꼭 잘 먹어 부모 맘을 기쁘게 해주는 것도 효도,
잠을 잘 자는 것도 효도,
잘 웃는 것도 효도,
숙제를 잘 하는 것도 효도,
더러워진 양말을 빨래통에 집어넣어주는 것도 효도,
용변을 보고 화장실 물을 내리는 것도 효도,
게임을 한 후에 게임기를 제자리에 갖다놓는 것도 효도,
동생과 사이좋게 노는 것도 효도,
심부름을 잘하는 것도 효도,
간난아이라면 안 깨고 푹 온밤을 자주는 것도 효도,
우유를 한꺼번에 다 먹는 것도 효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도 효도....

대단하죠?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효도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나니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우리 아이들의 효성이 지극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고...우리 아들은 효성도 지극해!",
"역시 우리 딸은 효도도 잘한단 말이야~" 하며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가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이 물결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