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이란 이름의 소주가 유행하고,
정치권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시간날 때마다 한번씩 들려옵니다.
도대체 처음의 마음이 무엇이길래 그렇게도 간곡하게 초심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우리는 모든 순간순간 처음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누구 부모 밑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인생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순간이 있었으며,
처음으로 '엄마'를 부르며 말을 뗀 순간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가슴에 손수건을 매달고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던 기억과
빛나는 졸업장을 가슴에 안고 처음으로 졸업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두근거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 이성과의 첫 만남,
설레임으로 손 잡았던 추억,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도 있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맛보았던 기억도 있지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서 가슴 아팠던 첫 기억이 있고,
때론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부여잡은 가슴의 첫 상처도 있습니다.

그리곤 배우자를 만나 처음으로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처음으로 임신을 하고 처음으로 아이도 낳았지요.
처음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훈육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처음입니다.
처음이니까 늘 실수 투성입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과거에 우리들이 처음으로 밟았던 그 길들을 우리 아이들이 밟게 됩니다.
우리들이 걸어온 길과는 모습과 색깔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다를게 없는 길..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우리들은 아이들을 위해 조언과 충고를 합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들이 가졌던 시행착오는 바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들의 조언과 충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처음을 마음껏 탐험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가면 돌아가게 돼서 종착지가 멀거라는 것을 말해줘도 소용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좀 더 쉬운 길, 좀 더 빠른 길, 좀 더 안전한 길, 좀 더 편한 길을 아무리 일러줘도
아이들에게는 쓸데없는 참견이요, 잔소리로 읽혀질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저 길 안내자로서의 역할 밖에 해줄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안내자는 안내만 할 뿐 결국 그 길을 가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니까요.

처음의 마음, 초심은 어떤 순간에도 힘을 발휘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그 아이를 가졌을 때로 시간을 거슬러 가봅니다.
문득 문득 아이로 인해 열이 뻗치고, 속상할 때마다 처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내 자신이 얼마나 좋은 엄마가 되려고 했었는지를 되새기곤 합니다.
처음 가졌던 그 열정은 부족한 지금을 반성하게 하고, 좋은 엄마로 다시 일어설 희망의 기운을 줍니다.

남편과 다툴 때도 그와 처음 만났던 연애시절로 돌아가 애뜻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로 인해 그리움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나날들..
그로 인해 만들어졌을 잔잔한 추억들과 알콩달콩했던 순간들..
역시 처음으로 돌아간 마음은 다툼까지 소진시켜버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도 처음의 마음은 위로가 됩니다.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그때의 그 가슴벅참, 그때의 그 열정, 그때의 그 의지가 있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되어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빈 주먹의 처음을 기억하고 힘을 내려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조금 더 겸손해지고 겸허한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이려합니다.
그렇게 처음의 마음이라면 우리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