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딸아이가 sat 2한국어 시험을 봤어요.
9학년부터 볼 수 있는건데..
(점수가 안되면 매년 한번씩 계속 볼 수 있고, 그 중 가장 좋은 점수를 대학에 갈 때 사용한다고 하네요.**)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시험 삼아 요령이나 배우라고 시험을 치게 된 거지요.

그냥 연필만 딸랑 갖고 가서 보는 시험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보는 애들이랑 한 교실에서 보는거라
듣기 평가를 위한 시디플레이어를 따로 가져가야 한대나봐요.

시험보기 전 날..
엄마는 아이가 시험날을 위해 미리미리 필요한 것을 준비해뒀나..싶어 물었지요. 그...런...데....

   "지금 할게요.."

하며 어리버리한 답변을 하지 않겠어요?
아이는 시험 공부는 커녕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었구요.

이때부터 엄마는 살짜기...열을 받기 시작했답니다.^^
궁시렁..궁시렁..
이를테면,

조금 있으면 잘 시간인데 미리미리 준비도 안해놓고 미치것다..라는 둥 궁시렁~
저런 정신상태로 시험을 잘 볼 수 있겠어...라는 둥 궁시렁~
분치기, 초치기 해도 모자랄 판에 게임이 뭔 말이래...라는 둥 궁시렁~~

그렇게 엄마가 궁시렁거리는 사이 아이는 연필도 챙기고, 아이디, 시험을 볼 수 있는 티켓도 챙겼습니다.

근데...시디 플레이어를 못 찾았는 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헤매지 않겠어요?

이리 봐도 없고..허걱~
동생 방에 가봐도 없고...우짜까이~
저리 봐도 없고...읍쓰~

음마나...
이쯤 되면 엄마는 무쟈게 열 받는거거든요.

안되겠다 싶어 궁시렁을 입에 단 엄마의 시디 플에이어 찾기 작전이 시작되었지요.
결국 시디 플레이어는 엄마의 손으로 찾아지고 아이 손에 넘겨졌지요.

"테스트를 해봐~ 잘 되나??"

그 와중에도 빈틈 없음을 보여주는 엄마..^^

"배러리가 없나봐요..소리가 안나요.ㅠㅜ"

흐미...
그말 할 때는 정말 엄마의 열받음이 최고조에 달했다지요.ㅜ.ㅡ

여기서 다시 시작되는 엄마의 궁시렁 잔치~

준비 안해놓고 내일 아침에 찾았으면 어쩔 뻔 했니...궁시렁~
그렇게 준비성이 없이 시험이나 잘 볼 수 있겠니...궁시렁~
배러리 체크 안해봤으면 시험이고 뭐고 난리났겠다..궁시렁~

일단...궁시렁 잔치가 끝이나자
엄마는 아이를 의자에 앉혔지요.

아이는 잔뜩 긴장해서는,
(혹시 모르죠..울 엄마가 저녁에 못 잡수실 걸 드셨나?? 하고 생각했을 지..ㅋㅋ)

"다음부터 잘 할게요..ㅠㅜ"

근데..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 지
(엄마도 왜 그 모습이 우스웠는 지...이해가 가지 않아요...입술을 쑤욱 내밀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의 아이가 갑자기 귀여워서 그랬다는 후문이 있긴 하지만..^^)
열을 허벌나게 받아 모처럼 딸래미에게 훈계를 할 생각이었던 엄마는
그만 웃음을 웃고 말았다네요..

"그러니까..앞으론 잘하란 말이얏!! 얼른 자!!"

한마디 하고 말이죠.^0^

아이를 시험장에 보내놓고 엄마는 공연히 가슴을 졸였답니다.
시험을 앞둔 딸래미에게 공연히 못된 성질을 부린 것 같아 말이죠.

정말이지..엄마는...이런 엄마가 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야단쳐놓고 후회하지 않는 엄마..
자식에게 긍정적이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 엄마 말이에요.

"어머..시디 플레이어가 없니? 어디에 있을까? 같이 찾아보자.."
"저런...건전지가 다 닳았구나. 아이가 새 건전지를 가져다주지 않을래?"
"준비물을 안 챙길 수도 있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엄마랑 같이 챙기도록 하자꾸나.."
"우리 아이는 지금도 다 좋은데 다음부터는 제자리에 놓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있었음 더 좋겠어~"

----2006년 11월 10일 보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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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적어놓았던 글을 하나 찾았습니다.

마침 요즘이 sat 시험 철이라 예전의 마음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며 다시 적어보았는데요~

갈수록 아이들의 머리는 커지는 터라 적절한 대화법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자녀들과의 적절한 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을 읽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