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엘에이에서는 꽤나 명성이 있는, 한 심리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연사의 주제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이 질문할 시간이 되었을 때 어떤 분이 손을 번쩍 들어서 질문을 했지요.

“저희 아이는 밥을 잘 안 먹는데다 너무 오래 먹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아침 먹고 바로 점심을 줘야 할 시간이 되어버리곤 하지요. 안 먹는다고 안 먹일 수도 없고, 계속 먹고 있는데 치워버릴 수도 없고…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을 좀 알려주세요.”

그 분의 질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마도 그만그만한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이셨겠지요.
저 역시 주위에 밥 안 먹는 아이들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을 많이 봐온 터라 그럴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지 연사의 대답이 상당히 기대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 문제는 잠을 잘 자는 문제만큼이나 ‘습관 형성’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연사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지요.
연사의 답변을 대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잘 안 먹는데다 오래 먹는 아이들에게는 타임워치를 사용해봐라.
마치 게임처럼 ‘지금부터 시작~’ 하고 타임워치를 20분으로 맞춰놓고 20분이 지나면 밥 그릇을 치워라.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앞으로 그런 식으로 하겠다라고 미리 통보하라.)
아침도 그렇게 점심도 그렇게 저녁도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은 ‘그 시간 안에 안 먹으면 밥을 치우는구나..’하며 결국엔 그 시간 안에 먹게 된다.
밥을 안 먹는다고 엄마가 졸졸 따라다니며 먹여주는 일도 하지마라.
숟가락을 사용할 줄 알고, 먹을 줄을 알게 되는 나이의 아이들에겐 스스로 먹게 하라.
이곳에 사는 아이들 중에 못 먹어서 문제가 되는 아이들은 없다.
모두들 너무 많이 먹어서, 너무 풍족해서 문제가 된다.
한 끼 굶는다고 결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또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는 절대 군것질거리를 주지 마라.
때로는 그 군것질거리로 인해서 밥을 안 먹게 되기 때문이다.
연사의 답변은 일목요연하고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것은 한 끼를 굶기더라도 제대로 된 습관을 길러주는 것임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보통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분명히 원인이 있습니다.
밥 대신 다른 것을 많이 먹었다든지, 밥을 먹고싶을 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든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든지요.
그래서 저는 잘 안 먹는 아이 잘 먹게 하기 위해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몇가지를 정리해봅니다.

첫째, 제대로 된 식습관을 위해서 어느 정도 먹는 습관이 잡힐 때까지 아이들에게 과자나 사탕, 초컬릿, 쥬스와 같은 단 음식을 주지 말자.
일단 단 음식은 열량이 높아서 포만감을 주게 될 뿐만아니라, 나중에 커서는 학습면에서도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밥을 안 먹으니 그거라도 줘야지…하며 주기 시작하면 아이는 어느새 단 맛에 길이 들여져 점점 밥 보기를 돌 보듯이(?) 하게 되는거지요.
혹시 나중에 잘 먹게 된다 하더라도 단 것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둘째, 아이들의 활동량을 늘리자.
하루에 얼마동안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든가, 규칙적인 운동을 시킨다면 저절로 배가 고프게 되어 잘 먹을 여건이 마련되지만 가만히 앉아서 비디오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다지 배 고픈 줄을 모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매일 매일..조금씩이라도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엄마들이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셋째, 밥 먹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서 그 시간에는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자각이 생기게 하자.
오늘은 아침에 늦게 일어났으니 아점(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다음날은 또 일찍 일어났으니 그 시간에 맞추어 밥을 주는 식으로 밥 먹는 시간이 들쑥날쑥 되면 아이들은 헷갈리게 됩니다. 아무때나 먹어도 되는 것이구나..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구나…하며 은연중에 길들여지게 되는거지요.
넷째, 밥을 잘 먹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자.
밥을 많이 먹으면 키가 큰대요~~
이것 저것 골고루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대요~~
야채를 많이 먹으면 얼굴이 예뻐진대요~~
우리 딸(아들)이 잘 먹으니 엄마 기분이 좋아진대요~~~등 아이가 밥을 잘 먹음으로써 받게 되는 잇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의 식습관이 즐거운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심리학자의 말씀 중에 “한 끼 안 먹는다고 절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사실..그거 모르는 사람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한 끼를 안 먹는 사람이 내 자식이고, 내 소중한 혈육이고, 내 토끼같은 아이일 때는 문제가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집니다.
식습관이 그냥 식습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 설사 한 끼를 안 먹는 사람이 내 자식이고 내 혈육이고 내 토끼같은 아이일지라도 한 끼를 굶기는 한이 있더라도 올바른 식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엄마의 역할 아닐까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밥 잘 먹는 날이 오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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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난 불때문에 솔직히 많이 심란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와는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막상 불이나서 대피를 해야 한다면..무엇을 챙겨야 할까? 하고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더니
여기저기 빼곡하게 사서 쟁여놓은 물건들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갖고 싶은 욕심과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애착을 조금은 놓을 수 있기를...
이번 '불'로 제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것입니다.
아무쪼록...아픔들이 빨리 치유되고, 모두들 건강하게 일상에 복귀하기를 기대해봅니다.
힘내세요~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