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나와 친구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사심없이 나누고, 속엣말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친구..
속상할 때 함께 속상해주고, 외로울 때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
한없이 이해해주고, 덮어주고, 감싸주는 친구..
친구같은 엄마 되기..그것은 아마도 상당히 많은 엄마들의 바람 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보통 군대에서는 신참들이 들어오면 초장에 ‘군기’를 잡아야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군기 잡는다’라는 말을 신입생이나 신입사원들에게도 사용하고,
아이들을 훈육할 때도 사용하는데요~
저의 경우는 딸아이의 군기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잡았습니다.
그때까지의 저는 상당히 엄격하게 아이의 습관을 형성하는데만 중점을 두었지요.
어깨에 힘 퐉~ 주고 ‘엄마입네….’하며 유세를 부렸다고 표현하면 맞는 말일까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제 머리를 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러다가 내 딸이 나를 싫어하게 된다면??  그럼 난 어떻게 하지?’ 라든가,
‘한 치 앞만 내다보고 내가 너무 딸아이의 군기만 잡는 것이 아닌가?’ 라든가,
‘어릴 때야 괜찮다 하더라도 사춘기에는 모녀 관계가 괜찮을 것인가?’ 하며
딸아이와의 관계를 좀 더 멀리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만약 그때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딸아이와 유대관계가 깊어졌을까..하고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우연한 깨달음에 저의 ‘친구같은 엄마되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미씨 님들에게 그 노하우를 살짝 공개합니다.

1.아이와 함께 시간 갖기
아이와 함께 하루에 한가지 활동이라도 꼭 같이 해 보시길 권합니다.
텔레비전 프로를 함께 봐도 좋고, 운동을 함께 해도 좋겠지요.
저같은 경우는 가족 드라마를 꼭 함께 봅니다.
고작 30분이지만 그 드라마를 통해 대화거리가 생기고
아이의 관심사나 가치관 등을 파악하게 되니까요.

2.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좋아하기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것은 각자의 취향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좋아하게 되면 공통점이 생겨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엄마도 좋아해서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친구란 성격 뿐만아니라
같은 공감대, 공통적인 관심사, 취향 등이 비슷할 때 더 가까워지는 것이니까요.

3.아이의 친구나 주변에 대해 알기
아이의 친구나 주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많이 물어보시고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는게 좋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친구나 주변 이야기를 시시콜콜 말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엄마가 뭘 알아??” 혹은 “엄마는 몰라도 돼!”하며 시건방을 떨게 되니까요.
엄마도 맨날 아이 친구 이야기만 듣지마시고 엄마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똑같이 나누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4.아이의 눈높이에 엄마 눈을 맞추기
엄마의 기대는 항상 자기 자식의 능력보다 크기 마련입니다.
아이는 걷는데 엄마의 눈은 날아가는 사람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하는 일 하나하나 못마땅하고 미덥지가 않겠지요.
하지만 아이를 엄마의 기대 속으로 밀어넣으려 하지말고
엄마가 아이의 키높이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물을 본다면 어느새 아이와 친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5.가르치려 들지 말기
고민을 말하는 아이에게 충고를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기껏 마음을 열어 고민을 털어놨더니 이렇네, 저렇네…충고만 잔뜩 늘어놓는다면
다음번에는 엄마를 찾게 되지 않겠지요.
그대신, “엄마에게 말해주어 고마워..함께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라고 말한다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아이는 엄마의 문을 노크하게 될 것입니다.

친구같은 엄마되기 프로젝트를 통해 저는 딸아이와 친구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요.
엄마와 자식이라는 수직관계 보다는 수평 관계를 지향했고
내가 붙잡고 있기 보다는 놓아주려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의 고민에 귀 기울여주었고, 문제가 있으면 의견을 나누어 절충했습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자식과 친구같은 사이로 지내기도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저처럼 어떤 깨달음을 통해 친구같은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영원히 자식과 친구가 되지 못하기도 하지요.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는 미씨 님 스스로가 결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기억하세요.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미 절반은 아이와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요~

낯설고 물설은 미국 땅..
적어도 내 자식만이라도 낯을 붉히지 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가 허허벌판 그 어떤 곳에서 산다한들 외로울 까닭이 없겠지요.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 엄마와 아이가 외로움조차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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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3년 전 적어둔 글입니다. 친구같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네요..^^) 

언제부턴가 말로는 힘든 이야기들..
이를테면,
고민거리라든가 말로 꺼내면 공연히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이야기라든가
사랑의 고백(?)이라든가...하는 이야기들을 수인이와 이멜로 주고받게 되었다.

내게는 수인이와의 이멜 교환이 그녀와 친구같은 관계를 유지해주고
외로운 미국이라는 곳에서 늘 엄마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는 통로가 되며,
가끔씩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 줄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엊그제..
수인이의 이멜을 받았다.

(물론..수인이는 늘 영어로 이멜을 쓴다. 나.. 물론..한국말로 이멜을 쓰지..
한국말을 가르친 게 얼마나 잘 한 일인지..이멜을 쓸 때마다 감사하고..감사하다..^^*)

메일의 내용인 즉,
엄마도 알다시피 내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좀 피곤하고 해야할 일이 많은게 사실이지 않느냐..
그렇다고 학교나 플룻을 관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
매일 매일 연습을 많이 해야하는 피아노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피아노는 그저 취미로 즐길 수만 있으면 되지 않겠느냐....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은데....엄마는 어찌 생각하느냐??
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는데..

중학교 입학한 지 일주일 쯤 되어 매일 매일 각 과목마다 쏟아지는 숙제..퀴즈..
거기에 밴드까지..
집에 와서는 정운이와 놀기도 해야하고 저 좋아하는 책도 읽어야하고
가끔씩은 닌텐도도 해서 스트레스도 풀어줘야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피아노까지 연습할 시간이 없었나 보다...

그런데...사람이 참 이상한게 직접 그 이야길 들었으면 필시..

왜?
그게 그렇게 힘들어?
그 정도는 요새 애들 다 하는거야...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약간의 감정이 들어가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을텐데...
이멜을 받는 순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수인이의 입장이 십분, 백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아..글이 위대함이여...글의 힘이여...)

그래서...
엄마는 수인이의 입장을 이해하며 또, 늘 수인이가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피아노를 관두는 일은 나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저녁에 이야기하자는 답장을 보냈다.

(일단...시간을 벌자구요..)

결국..
피아노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남편과도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은...

관두고 싶을 때 그냥 관두게 하는 것도 잘하는 교육은 아니다.
힘들어도 할 것은 해야한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자' 였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피아노 레슨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나와 남편의 의사를 전달했더니
수인이도 충분히 알아듣겠다는 반응을 해왔다.

(아...대화의 위대함이여..대화의 힘이여...)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피아노를 연습하지는 말 것..
연습이 먹히는 날은 조금 더 연습하고 죽어도 하기 싫은 날은 그냥..하지 말 것..등등

수인이와 나와 피아노 선생님이 합심해서 만들어낸 피아노 연습에 대한 방침을 알려줌으로써
피아노에 대한 부담감을 희석시켜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다시 확인한 편지함에서 수인이의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 자판도 아닌데..벽에 붙은 종이 자판을 보고 네..엄마..잘 할게요.. 한마디

우리 딸..
이뻐서도 이쁘지만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더 이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 한 것이 있다면 수인이 같은 딸을 낳았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잘 한 것은 아이를 둘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그나마 그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건조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