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들만이 쓴다고 생각한 암호, 우리들도 어렸을 때 쓴 적이 있습니다.
친구와 살짜쿵 둘만의 비밀을 말할 때는
“이비 따바 가바 여벼 서벗 시비 에베 마반 나바 자바.” 이런 식의 암호를 정해 말했고
편지를 쓸 때는 닿소리, 홀소리를 주르르 적어놓고 암호를 정한 뒤, 

Hx /c-co /a o/ h r/ g q g/ g x/ h q-x/ e o b/ b o/

라고 아무도 해독할 수 없는 문구를 적어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자나만 에시섯여 가따이” 라는 식으로 거꾸로 말을 해서
암호를 알고있는 사람 이외에는 그 뜻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각 지역마다, 동네마다 친구들끼리 주고 받았던 암호의 종류도 다양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제 고향에서는 이 세가지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것이었지요.
((닿소리와 홀소리 밑에 알파벳 뿐만아니라 상징적인 기호를 써넣기도 했습니다.
위에 만든 표는 제가 임의로 만들어본 것일 뿐입니다.^____^))

이렇게 친구들끼리 암호를 주고 받으면 우선 더욱 끈끈해진 우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둘 사이는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거야~~ 이래뵈도 우리는 암호를 주고 받는 사이거든~^^’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그 관계가 더 두터워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암호를 사용하게 되면 화가 나거나 기분이 상해있는 친구에게
어렵지않게 화해의 무드를 이끌어내게 됩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라. 이런 말도 좋지만
미비아반하바다바 치빈구부야뱌…라고 말한다든지
e x/ h o b/ n o/ e o / j x b/ a u/ h p 라고 화해의 편지를 적어보낸다든지
야구친 다하안미..라고 한다면 그 말을 해석하는 동안에
친구에게 품었던 ‘화’라는 앙금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을테니까요.

오늘 제가 갑자기 ‘암호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유는
‘친구들과 암호를 주고 받아 우정을 돈독케 하자.’ 라는 것이 아니고
이런 암호들을 일상에서 우리 아이들과 사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의 우정이 끈끈해진 것처럼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욱 끈끈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엄마들이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들은 이미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와 통하는 암호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넨네하자…응아하자…떼취…젬젬…곤지곤지…삐까뿌~~ 이런 것들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암호들은 아이들이 자라고나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맙니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그것은 ‘아기들의 용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좀 자란 우리 아이들에겐 아기들의 용어 말고 다른 암호를 생각해봐야 되겠죠?

글을 아는 아이들이라면 위에 있는 표처럼 표를 하나 만들어주고
((아이들에겐 영어가 쉬울거니까 알파벳 위주의 표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에이, 그러지말고 바쁜 미씨 님들을 위해 제가 지금 하나 만들어볼까요?))

가끔은 아이들에게 암호 편지를 건네주기도 하구요~
╤/□ ○ ˃ ╟ / % ○ ˅ / ╢ ○ ♦ ╟ ˃ ╟ ♦ (I love you forever)
엄마와 아이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암호를 만들어보세요.
아이들은 기존에 있는 말보다 엄마와 둘이 새로 창조한 단어에 더 흥미있어 합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과 주고 받는 암호 중에
‘뻬르라빠르뽀’ 라는 말이 있는데요.
지나가다가 아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거나,
아이들이 예기치않았던 고마운 일들을 해줬을 때,
혹은 기억이 날 듯, 안날 듯 어떤 것을 생각하려 하는데 누군가가 덜컥 그것을 기억해낼 때
어김없이 ‘뻬르라빠르뽀’라는 암호를 하곤 합니다.
이 암호를 할 때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검지끼리 마주대고(영화 ET에서ET와 소년이 하던 동작 아시죠?)
접혀져있던 나머지 손가락을 차례대로 펴주는 손동작을 함께 해주는데
할때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둘만이 통하는 암호를 하는데서 오는 ‘통함’이라고 해야 할라나요?
아참, 암호를 정할 때는 경음(ㄲ, ㄸ, ㅃ, ㅆ )이 많이 들어간 것들이 아주 효과적입니다.^^
말들이 아주 재미있으면서 리듬감이 있거든요.
쑝구리쑝쑝
빵시빵샹
샤빵따방
뽕뽕빠리빠리빠...등등등

오늘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그냥 불쑥 ‘쑝구리숑숑’ 하며 안아준다든지
‘빵시빵샹’ 하며 방글방글 웃어준다든지 해보세요.
그래서 아이와 엄마만의 비밀스런 암호를 만들어보세요.
암호에 맞게 손동작이나 발동작 등 동작도 한번 겸해보시구요.

어렸을 때 친구들과 나누었던 그 비밀스런 암호가 적힌 편지지는
친정집 어느 구석에 쳐박혀서 빛이 바래가고 있겠지만,
그때의 그 푸른 마음으로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암호 놀이는
 빛바랜 편지지를 ‘추억’이라는 고운 이름으로 불려지게 합니다.

우리에게 그 암호가 추억이었듯이 
오늘 우리가 아이들과 만들어가는 암호 하나하나는
나중에 장성한 그들에게 초록빛 추억이 되어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