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리 동네를 떠나는 어떤 가족의 환송식이 있던 자리에서
이 동네에  사는 총각들을 만났어요.
총각들이라 그런지 뭐니뭐니해도 초미의 관심사는 ‘여자친구 만들기’와 ‘결혼’이었답니다.
모름지기 그 나이에는 머릿속에 온통 여자, 결혼, 여자, 결혼…그렇잖아요..^^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 한 총각이 내게 넌지시 묻더군요.

“여자를 고를 때 무얼 봐야 할까요??”

음..이 고민은 비단 그 총각 만의 고민이 아닐거예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 쯤은
내 아이의 배우자로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할 지 해 봄직한 고민일 테고,
우리가 결혼하기 전 언젠가 한번 쯤 했음직한 고민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 암암리에, 
“난 이런 사람이 좋더라~~” 하고 살짜기 세뇌시키는 것도
다 내 자식이 좋은 배우자를 얻었으면 하는 맥락이구요.
그렇다면 만약 여러분에게 대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대답하실래요?

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그 총각들이 정말로 내 자식이려니 생각하며,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얼굴?? 물론 이쁜게 좋겠죠?
하지만 얼굴이 그 사람의 가진 전부라면 그것은 한 몇 년 유효할 수 있어요.
몸매?? 물론 날씬하고 쭉쭉빵빵이면 좋겠죠?
하지만 몸매가 그 사람의 가진 전부라면 그것도 한 몇 년 유효할 수 있겠네요.
머리?? 물론 아는 것도 많고 고학력의 소유자가 좋겠죠?
하지만 지식이 그 사람의 가진 전부라면 그것도 한 몇 년 유효하겠네요.
그렇다면 얼굴도 보지마라, 몸매도 보지마라, 머리도 보지마라…뭘 어쩌라고요?
내 생각은 그래요.
얼굴이나 몸매나 머리와 같은 조건을 보고 사람을 고르지말고
속사람을 보고 사람을 골라야 한다구요.
얼굴과 몸매가 뛰어난 사람보다는 부지런한 사람이 좋고,
지식이 가득찬 사람보다 지혜가 가득찬 사람을 골라야 한다구요.^___^

지식과 지혜..
글자 하나의 차이지만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예전에는 그 말이 그 말이려니 하며 별 의미없이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겠더라구요.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많이 해서 머릿속에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단지 지식이 풍부한 사람일 뿐, 그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지혜는 꼭 공부를 잘해서 생기는 것은 아닌가봐요.
오히려 공부를 너무 잘한 사람에게는 그 지식으로 인한 협소한 안목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방해물이 되기도 하거든요.
물론 지식이 뒷받침된 지혜야말로 물 만난 고기이겠지만요.

이 세상..지식이 훌륭한 사람은 넘쳐나지만 지혜가 훌륭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무슨 무슨 박사님은 갈수록 많아지지만
지혜를 나눠주는 사람은 굳이 박사일 필요가 없어서 찾기가 힘든 것인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총각들에게 ‘지혜로운 여자를 배우자로 골라라’ 말해주고는
(총각들은 깨달은 바가 있었든지 고개를 끄덕끄떡거리더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과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건가?' 하고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 내 처지가 아무리 인심을 후하게 쓴다해도 지혜를 운운할 처지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나 혼자 가만히
‘그래, 내가 오랜만에 싱싱한 총각들 만나서 잘난 척 좀 했다…’ 하며 위안을 삼기로 했어요.
‘아줌마들이야 살아가면서 지혜가 쌓이는데 뭘…’ 하며 지금 내가 가진 지혜에
조금 교만해지기로 했어요.
‘어려운 질문에 봉착했을 때 이렇게 스리슬쩍,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도 지혜야..’ 하며
지혜롭게 위기를 넘긴거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남편은 내가 총각들하고 그런 이야기를 나눈 것 조차 모르고
널찍이 떨어져 앉아 있긴 했지만,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했다우~~” 한다면 혹시 비웃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이 되긴 하네요.^^

사태가 이쯤되면 ‘지혜를 갖기 위한 노력’에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
입에 발린 말 보다는 생활에서 진짜 지혜를 발휘하는 일을 해보여야겠죠?
그래서 시작된 ‘생활 속에서 지혜를 찾아라!! 프로젝트~~’

제 1 지혜.
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되 절대 봤다는 티를 내지는 마라.^^;;;

혹시 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시는 미씨 님 계시나요??
우리 딸아이..10학년이지만 아직 완전범죄는 꿈도 못 꾸는 나이인가봐요.
비밀을 유지한답시고 자물쇠 달린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것 까지는 좋은데,
열쇠를 아무데나 놔두는지라 일기장이 가끔 “나 잡아 잡수쇼!!” 하거든요.
아무리 친구같은 모녀라 해도 맘 속에 있는 감정 하나하나까지 낱낱이 다 말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난 , 안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아주 가끔씩 딸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일을 서슴치 않는답니다.
그리곤 대강의 내용을 파악한 뒤 다음 대화 때 은근슬쩍 돌려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때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아는 데 긴요하게 사용합니다.
그저 지혜롭게 훔쳐 읽은 내용을 이용한다~ 그말이지요.
일기장 주인이 절대 모르게요~

제 2 지혜.
하기 싫다는 것은 인심쓰듯 한번씩 시간을 줄여줘라.^^

하루에 20분씩은 피아노 연습을 하기로 약속한 우리 아들.
우리집에서는 컴퓨터를 하고 싶어도 피아노 연습이 안되어 있으면 컴퓨터를 켜지 못합니다.
사실 피아노에 아주아주 무척 굉장히 허벌나게 무쟈게 흥미를 느끼는 아이가 아니고서는
주중에 한결같이 20분을 할애하기란 힘든 일이지요. ^^;;
우리 아들 녀석도 아주 가끔씩은 피아노에 몰입해 치다가도,
어떤 때는 치기 싫어 주리를 틀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 사용하는 지혜 카드~
기분좋게 “그래..기분이다. 오늘은 10분만 연습해..”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지요.
하기 싫었던 일을 덜하게 해주었더니 아이 얼굴에 갑자기 웃음꽃이 핍니다.
그때를 잘 이용해서 한마디 더….”대신 내일은 더 열심히 쳐야돼~~~~~~~~~”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로 하여금
최대한으로 엄마가 인심을 후하게 쓰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____^
오늘 낯 붉히지 않고 밝아오는 내일을 기다리는 지혜야말로
엄마의 지혜찾기 프로젝트의 으뜸이 아닐런지요.

제 3 지혜.
시부모님을 내 부모님처럼 여겨라.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정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시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비교가 되겠어요?
아주 간혹 시부모님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보긴 보았지만
그래도 인지상정 나를 낳아주신 부모에게 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결국, 이 지혜의 핵심은 절대 남편이나 다른 사람 앞에서 시부모님 흉을 보지말고,
친정에 하는 것 만큼 시댁에도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 받게 되는 혜택이 있다면,
자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당당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내 얼굴에 침 안 뱉게 되어 항상 청결한 얼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말이 씨가 되어 결국은 마침내 시나브로 시부모님이 좋아지더라는 것이지요.
입으로 나오는 말은 인간을 세뇌시키는 힘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좋은 말만, 예쁜 말만 해야 한대요.
말이 씨 되니까요.

제 4 지혜.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음을 알고 나를 아껴라.

나를 아끼는 것이 지혜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제 4 지혜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걸까요?
옛부터 대부분의 엄마들은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겉으로는 강한 척하고,
맛있는 것을 아주 좋아하나 자식을 위해 다 양보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식 우선, 남편 우선, 가족 우선으로 생각하며 희생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혜를 발휘할 때입니다.
엄마 한 몫은 그냥 단순히 어른 한 몫이 아니니까
자기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혼자 만의 시간도 좀 갖구요.
그렇게 나를 아끼는 엄마의 모습은 나중에는 가족들이 엄마를 아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결국 지혜로운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왜..그런 말 있잖아요.
‘내가 아끼는 강아지는 옆집 아줌마도 못 건드린다…^^;;’
내가 나를 아끼는데 감히 누가 나를 못 아끼겠느냐는 생각으로
자…자신을 아낄 준비가 되셨나요?

제 5 지혜.
부탁을 받았을 때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싶으면 처음부터 웃으면서 해라.

말 그대로입니다.
못 해줄 일 같으면 처음부터 단호하게 못 해준다 말하고,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싶으면 흔쾌히, 웃으면서 부탁을 수락하세요.
어차피 나중에 하게 될 일을 얼굴 찌뿌리며 시작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기로 맘 먹었으면 그냥 기분좋게 하는겁니다.
그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지요. 

생활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혜는 이것 뿐만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그 종류도 다양해서 엄마로서의 지혜, 아내로서의 지혜,
자식으로서의 지혜, 친구로서의 지혜, 이웃으로서의 지혜, 직장인으로서의 지혜..등등
팔 걷어붙이고 찾아나서기만 한다면 줄줄이 사탕으로 엮일거라 생각되요.
웃으면서 살아가기에도 짧은 인생..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생활 속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지혜의 달인'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지혜를 찾아보자구요~~
이상 매일매일 지혜 찾아 눈을 밝히는 보키아줌마였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