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alk Lounge-Heartwarming 방에 가서
어떤 미씨 님이 자기 아이의 어록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 보신 분들 있으신가요?? 안 보셨다면 한번 가서 보세요.
Talk Lounge-Heart warming 방2938번 글입니다.^^ 감동 백만 배입니다. )
저는 순간순간 재치있고 속 깊은 말을 한 아이도 멋지게 느껴졌지만,
아이가 한 말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그 엄마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는데요~.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불쑥 던지곤 해서 
어른들을 기쁘게 하기도 하고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것들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말이 기쁨과 슬픔과 아픔과 위로를 주고 그렇잖아요.
말 한 마디로 쌓였던 오해가 눈 녹은 듯 사라지기도 하고
심하게는 천냥 빚도 홀라당 다 갚아버릴 수도 있구요~
그런데 그 좋은 말이 우리 아이들 입에서 나온 것임에야 더 말할 것 없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어록 이야기를 하자니 제 딸아이의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가 없네요.
여기 제 딸아이가 6학년 때 제 생일날 전해준 카드를 소개합니다

                               엄마..생신 축하해요~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뻐요..
                               그러니까 나를 믿어요~

캬…
이 첫 대목을 읽으면서는 한글 가르친 보람을 팍팍팍 느꼈지요.
어찌 생각하면 영어를 그대로 직역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한국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글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이 저에겐 큰 감동이었기 때문이죠.
엄마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겠다~~ 뭐 그런 뜻이 될테니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읽어보시면 우리 아이들이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 나옵니다.

                              엄마..생신 축하해요.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뻐요.
                                    그러니까 나를 믿어요.

                                             너의 딸,
                                                수인

찾으셨나요?
그래요. 마지막에 쓰여진 ‘너의 딸’…
아마도 딸아이는 your daughter를 한국어로 직역했나봐요.
엄마 딸도 아니고 당신의 딸도 아니고 너의 딸이라니요~~^^
하지만 저는 ‘너의 딸’이 들어간 아이의 카드 전체를 당당하게 아이의 어록으로 꼽아봅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언젠가 제가 아팠을 때..
(사실 저는 강철도 씹어먹을 것 처럼 무척 건강하답니다..
어지간해서는 잘 아프지 않은데 대신 한번 아프면 며칠을 꼼짝도 못하지요.ㅠㅜ )
딸아이가 종이로 접은 몇 송이 꽃과 함께 제가 자고 있는 침대 옆에 살포시 놓고간 글입니다.

                             엄마..
                     이 꽃들 보면 나를 생각하새요.
              겅강하시고 행복하게 사르면 나도 행복할깨요.
                                사랑해요!

                                   박수인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편지를 받고 제가 얼마나 울었게요.
그때 전 결심했던 것 같아요.
맞다..맞아..엄마는 강철을 씹어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건강해야 한다…라구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행복해야 한다..라구요.^_______^*

딸아이의 속깊음에 반해 아들 녀석은 엉뚱한 대답으로 절 웃게 하곤 했습니다.

세살 때, “우리 정운이는 커서 뭐할거야??” 하고 물으면
“코끼리가 될래요. 코가 기니까요.” 하며 황당하게 대답했는가 하면
네살 때 다시 뭐할거냐 물으니
코끼리 대신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가 되겠다며
동물로의 회귀를 간곡히 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무심코 흘려버리기가 아까운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커버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되돌아오지 않은 시간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
그러기에 소중하고 가슴 뜨거운 시간들..
그 시간들을 더욱 더 소중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고마운 한 마디 때문이 아닐런지~
아이들이 한 말은 그것이 엉뚱한 것이 되었든지, 기발한 것이 되었든지, 대단히 어른스런 말이 되었든지,
나중에 추억할수록 미소를 머금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 그런 아이들 덕택에 한 뼘 씩 클 수 있는 어른인 것이지요.

봄이 깊숙히 들어온 3월의 어느 따뜻한 날..
오늘은 아이들이 해준 소중한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써봤습니다.
그들이 해준 따뜻하고 감사한 말 한 마디로 모두들 마음까지 따뜻하고 행복한 3월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