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디론가 놀러갔을 때,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보고 또 보고 했던 5살 정도의 사내아이를 기억합니다.
이목구비, 도대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다듬어 놓은 듯 잘생긴 그 아이를 보면서
‘대관절 저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생겼길래?’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지요.
거기에 곁들여 ‘쟤네 부모는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싶었구요.^^;;
(잘생긴 아이들은 크나 작으나 아줌마들의 동경인 모양입니다..ㅎㅎ)
그런데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잘생긴 얼굴이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만족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길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으니까요.
사람들의 시선에
(어디 시선 뿐이겠어요. 속으로 ‘아이고..애를 어떻게 가르쳤길래….’하며
애궂은 엄마의 육아까지 흉봤을테죠.^^;;)
얼굴이 빨개진 엄마의 난처해하는 모습이 잘생긴 아들의 돌발 행동과 오버랩 되면서
저 역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너그럽게 생각하면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최소한 한 두번은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돌발 행동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이해하려고 들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는
범이해적인 측면으로 본다면야 그 까이 꺼~^___^
아무튼  아이의 행동이 잘 생긴 얼굴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그 아이의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무조건 얼굴이 예쁜 아이가 끌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빛깔이 고운 플랫 슈즈에 레이스 많은 드레스를 입은 아이,
단정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눈썹이 짙은 아이,
커다란 눈동자에 금빛 머리칼이 유난히 반짝이던 아이,
살포시 웃는 입가에 미소까지 고운 아이,

그러다가 지금은 얼굴이 예쁘고 잘 생긴 아이보다도
성품이 예쁜 아이에게 끌리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 몸이 흙투성이어도 항상 즐거워보이는 아이,
어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아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 할 일을 하는 아이,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아이,
자신의 의견을 똑똑하게 말하는 아이,
자기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아이,
부족함 속에서도 감사함을 찾을 줄 아는 아이,

얼굴이 예쁘고 잘 생긴 아이가 성품까지 예쁘고 잘 생겼다면
우스갯소리로 ‘재수없어!’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내 아이가 그런 아이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꿈이 아닐런지요.^^

오늘 문득 돌무더기가 잔뜩 쌓여있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쩌면 다듬어지지 않은 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모는 정과 망치를 들고있는 조각가구요.
아무것도 아닌 돌을 이리 다듬고 저리 다듬어 기가막힌 조각품을 완성하는 일
그것이 부모가 자식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요.
얼굴 모습이야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태어나 조각가의 영역이 아니겠지만
(얼굴 모습은 이제 성형외과 의사의 영역일까요? 후훗)
아이들의 성격이나 품성 등은 얼마든지 조각이 가능하지 않겠냐고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공을 들이면
우리 아이에게 멋진 성격 하나 쯤은 충분히 조각해줄 수 있지 않겠냐고요.

세상에서 알아주는 좋은 성품 가운데 여러분이 최고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싶은 것을 하나 골라보세요.
그것은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얼마든지 조각가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건강한 웃음을 가진 사람이 되게 조각할 수도 있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조각할 수도 있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득한 아이로 조각할 수도,
자신의 의견을 똑똑하게 말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조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조각가가 어떻게 조각하느냐에 따라
늘 소심하고 부정적이고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로 조각할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렇기때문에 정과 망치를 가진 조각가는
처음부터 이 돌을 어떻게 조각할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작품 구상만이 제대로 된 조각품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조각할 것인가를 정했다면
그 다음엔 거기에 맞게 조각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건강한 웃음을 가진 아이로 조각하고 싶다면
함께 웃는 시간을 정과 망치로 사용해보세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시간을 마련한다든지,
여행을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든다든지..
부모와 함께 하는 활동이 많은 아이일수록
확실히 건강한 웃음을 갖는 아이가 많음을 보게 되거든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로 조각하고 싶다면
부모가 늘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정과 망치를 사용해보세요.
아이들은 스폰지 같아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흡수합니다.
아이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 함께 의논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풀어 이야기 해보세요.
그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긍정적으로 조각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감사함을 가진 아이로 조각하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기 보다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적당히 무시할 수 있는 정과 망치를 사용해보세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가질 수 있다는 생각..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요구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 잠깐 동안은 아이를 좌절하게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감사함을 갖게 되는 초석이 되기도 하거든요.

*자신의 의견을 똑똑히 말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조각하고 싶다면
늘 용기를 북돋워주며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정과 망치를 사용해보세요.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 잘난 척 하는 것의 명확한 구분을 지어주세요.
자존심과 자만감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세요.
진정한 자존심은 어떤 좋은 물건을 가졌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나오는 것이며,
나를 아껴야 다른 사람을 아낄 수 있음을 알려주세요.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그 잘생긴 사내아이는
조각가 부모의 정과 망치로 잘 다듬어져
지금은 겉모습과 속모습이 다 멋진 사람으로 성장해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엄마를 질겁하게 만들었던 돌발 행동에 대해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 때..어릴 적 그 한 때…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일 몇 개씩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조각은 전적으로 부모의 몫입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전까지
꾸준히 망치로 두드리고 정으로 다듬어주어야 정작 부모 손에서 벗어날 때,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때가 되더라도
그 성품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더 잘해낼 수 있는 것이구요.

내 아이가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박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보다는

내 아이가 건강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부모님이 더 많아지기를 꿈꾸며
봄꽃이 만개한 4월에 보키 아줌마 다녀갑니다.^_______^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