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몇 년 전 유행했던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입니다.
♬일 년 지나도 또 일 년 지나도~~~~~널 기다려~~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런데 별안간 뜬금없이 웬 ‘벌써 일 년’이냐굽쇼?
글쎄 제가 미씨 님들과 ‘혼자 굴러가는 아이들’이란 이름의 칼럼으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더라 그 말씀이지요~
그 일 년의 시간이 저에게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씀으로써 그 글의 내용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
생활 속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고,
답글을 달면서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미씨 님들의 모습에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느 때의 일 년 보다 지난 일 년은
제가 엄마로서 훌쩍 클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생각합니다.^______^
그 곁에 많은 님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야둔둥 이런저런 엄마로서의 생각이 많았던 일 년이었기에
일주년 기념 칼럼의 내용을 뭘로 할 것인가가
조금은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뻑적지근하게 잔칫상을 차리진 못해도 
가슴에 퐉~ 와닿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거든요.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언제나, 어디서나 마음 속에 맴도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거든요.
결국 지난 몇 주간 이궁리 저궁리 한 끝에
일주년 기념 칼럼은 ‘엄마의 힘’이라는 주제로 태어났습니다.

엄마의 힘이라~
맞아요. 엄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이라니 어떤 힘요??
울퉁불퉁 근육질 엄마의 무거운 것 뽈깡뽈깡 드는 힘요??
물론 그런 힘도 있어야지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는 엄마의 힘은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엄마라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향기며 역할이고,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지혜이며 용기입니다.

                                 
엄마의 힘..그 첫번째~
엄마는 내 아이의 쉬어가는 의자이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삶은 다양한 얼굴로 나타납니다.
즐거운 얼굴, 찡그린 얼굴, 슬픈 얼굴, 불행한 얼굴, 힘든 얼굴, 피곤에 지친 얼굴,
짜증난 얼굴, 감사하고 고마운 얼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얼굴 등등..
사람이라는 것이 간사하고 영악해서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고마울 때는
자기가 잘나서 그렇다 여깁니다.
그러다가 힘든 일이 생기고 피곤하고 짜증이 섞이며 불행해지면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삶의 의욕조차 잃게 되지요.
그때..엄마의 힘이 필요합니다.
긴 인생길에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게..
언제라도 고단하고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게..
얼러주고 달래주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되는거지요.

엄마의 힘..그 두번째~
엄마는 내 아이가 바라보는 멋진 그림이길 바란다~~^^

님들은 어떤 그림을 아주 멋진 그림이라 생각하세요?
누구나 각자 생각하는 멋진 그림이 있을 테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멋진 그림은 따뜻함과 포근함이 넘쳐나는,
조금은 밝고, 조금은 활기있고, 조금은 명랑한 느낌을 주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는 그림이 아닐까요?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그런 메시지가 담긴 멋진 그림이길 원합니다.
현실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
머릿속이 빠개지는 듯 복잡한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와 아이들은 별개로 놓고 생각할 줄 아는 엄마의 모습..
그런 것을 보여주는 엄마는 진정 힘이 있는 엄마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그림이 되는 엄마인 것이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아니 앞으로도 죽~ 죽을 때까지
우리의 한 평생을 졸졸졸 따라 다니는 것이 바로 그림자입니다.
저 역시 결혼을 하고 이국만리 머나먼 길..친정 엄마를 떠나와서 살지만
엄마는 그림자처럼 늘 마음 한 구석에 오롯이 남아있습니다.
아련한 듯 해서 꺼내보면  상처로, 아픔으로, 기쁨으로, 슬픔으로…
이처럼 엄마라는 이름은 백만가지 모습으로
시시때때로, 아무때나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우리가 죽는 그 날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의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의 곁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곳이 어디이든지
언제 어느때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더라도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고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만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엄마의 그림자는 늘…떠올리면 미소지을 수 있는 추억이고 싶거든요.

엄마의 힘..그 네번째~
엄마는 내 아이의 단비이길 바란다~^^

오랜 가뭄 뒤의 단비를 맞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찾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다리고 기다리다 누군가를 만나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단비가, 그 오아시스가, 그 사람이 얼마나 꿀맛일지..아실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힘은 꿀맛입니다.
우리 아이가 힘듦과 고통을 호소할 때
그것을 함께 해결하고 이겨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진정 엄마라는 이름으로 서있는 단비같은 당신이시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힘..그 다섯번째~
엄마는 내 아이의 자명종이길 바란다~^^

아침마다 자명종 신세를 지고 일어나는 저로서는
자명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씩은 그 녀석을 내동댕이 치고 싶을 만큼 미운 적도 있지만
당장 그 녀석이 없어지면 아이들 학교는 어찌 보낼 것이며,
남편 출근은 어떻게 시킨답니까..ㅠㅜ
그래서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근데..이 자명종이란게 뭐하는 겁니까?
시간을 맞춰놓으면 그 시간에 어김없이 울려주어
무슨 일을 해야할 지..길잡이를 해주는 것이지요.
엄마의 힘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할 때 언제든지 때르릉 울려주어 길잡이를 해주고,
꺼버려도 다시 한번…때르릉 울려주는 것..
그렇다고 아무때나 잔소리..잔소리..잔소리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명종은 꼭 필요할 때 울리는 것이니까요. 

시간은 정말 흐르는 물처럼,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릅니다.
10대의 시간은 10마일로 가고
20대의 시간은 20마일로 가고
30대의 시간은 30마일로 가고
40대의 시간은 40마일..
50대는 50마일……로 간다더니
요즘에는 그 말이 꼭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그 말은 틀린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40대의 시간이 100마일로 흘러가니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나이를 먹고 아이들은 자라고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엄마 곁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걸어온 길이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걸어갈 길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엄마는 언제나 쉬어가는 의자이고 싶고,
마주 대하면 행복해지는 멋진 그림이고 싶고,
행복한 그림자이고 단비이고 싶으며,
길잡이를 해주는 자명종이고 싶습니다.

칼럼 1주년 기념으로 적어본 글이..조금은 과장된 듯도 하지만
엄마로서 새롭게 두주먹 불끈 쥐는 자극이 되길 바래봅니다.
저에게도 미씨 님들에게도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도 말입니다.^^

조금 힘들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한 순간 한 순간이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귀한 순간이고 눈부신 순간이 아닐런지요.
공선옥의<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중에서
마음을 적시는 대목을 끝으로 이번 칼럼 마무리합니다.
다음 칼럼으로 뵐 때까지 내내 행복하세요~
 

생애의 어느 한 때 한순간,
누구에게나 그 한순간이 있다.
가장 좋고 눈부신 한때
그것은 자두나무의 유월처럼 짧을 수도 있고
감나무의 가을처럼 조금 길 수도 있다.
짧든 길든, 그것은 그래도 누구에게나 한 때, 한순간이 된다.
좋은 시절은 아무리 길어도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