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름 어떻게 지으셨어요?
요즘엔 많은 분들이 한국이름을 middle name으로 해서
Michael manbok(만복) Kim 하는 식으로 지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아이들을 낳을 무렵엔 한국에 들어갈 목표가 야무졌던 때 까닭에
미국에서 낳고도 미국 이름 하나 섞이지 않은,
미국사람이 발음하기 진짜로 진짜로 어려운 한국 이름으로 지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선견지명이 부족했던거죠.
한국에 갈 목표가 야무졌더라도 다른 이들은
전부 한국이름을 middle name으로 넣어 발음하기 좋은 이름자 하나씩을 얻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도…쉬인으로 불리거나 쩡윤으로 불리니까요.
물론..중간에 영어 이름을 지어줄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도 딱히 원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정운이와 수인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는 ‘정’자, 여자아이는 ‘수’자..
남편이 둘째인데다 멀리 미국에까지 와서 사는 터라
영어 이름을 지어도, 한글 이름을 지어도 사실 아무도 상관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저 이국만리에 사는 까닭에 더욱더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이름에서 찾고자 했다고나 할까요?
시댁 쪽 아이들이 ‘정’자와 ‘수’자 돌림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제일 늦다보니 지을만 한 이름은
이미 다른 식구들이 다 가져가버리고 없는거예요.
그래서 노트에 적어보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지금의 이름이 생긴거지요.
딸아이의 경우는 ‘수인’으로 비교적 쉽게 정할 수 있었지만
아들 녀석의 경우는 ‘정운’과 ‘정우’라는 이름을 놓고 갈등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낳은 날 비가 오면 ‘정우’, 구름이 끼면 ‘정운’으로 하자..고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을 정해놓았지요.
그러니까…정운이를 낳은 날은 구름이 낀 아주 흐린 날이었습니다.^^;;

전 학교 다니는 내내 두개의 이름을 갖고 있었어요.
집에선 ‘은희’, 학교에선 ‘복희’.
우리 아버지가 제 이름을 호적에 올릴 때 무슨 맘을 먹었는지
은희를 복희로 바꾸어버린 탓에 두개의 이름을 갖게 된 행운을 가진 것이죠.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은희’가 더 이쁘다..그렇게 말했고
저 역시도 은희라는 이름이 더 이쁘다고 생각했었지요.
근데…살아가면서 복희라는 이름이 더 좋다~ 그리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촌스러운 이름자 덕택에 남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가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복희라는 이름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박씨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고, 미국에 와서 살게 되어
그나마 조금 덜 촌스러워 보이는 김복희가 아닌 박복희가 되어버렸지만
김복희도 저고, 박복희도 저라는 사람이니 어느것인들 마다하겠냐구요.

맘을 먹고 찾아보니 이름과 관련한 말들이 참 많더라구요.
이름이 좋아 불로초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름을 걸다..
명색이 좋다..
이름도 성도 모른다.
이름을 남기다..
이름을 팔다..
체 보고 옷 짓고 꼴 보고 이름 짓는다.
남의 아이 이름 내가 어이 짓나.
망신하려면 아버지 이름자도 안 나온다.
이름을 날리다..
등등~~
 
대충 관련된 말만 들어도 이름이 갖고 있는 특별한 기능에 대해 알게 됩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후세에 영원히 남아
자기가 살아온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기능.
육신은 썩어 없어져 버리지만 이름은 대대손손 남아
칭송이 되기도 하고, 거침없이 모욕당하기도 하는 기능.
이 대목에서 저는 한 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적어도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한 치 앞의 욕심만을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것을요.
저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권좌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 더 심사숙고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요.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질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을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든 그 이름에 걸맞은..
건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꿈을 가진 아이들로 성장하였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