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다가 우연찮게 딸아이의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왜 그 이야기가 나왔는지 앞뒤 정황은 잘 생각나진 않지만
그 질문에 대한 엄마의 답이 참으로 그럴싸해서
엄마는 두고두고 미소짓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그 대답으로 인해 딸아이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지어졌구요.
덕분에 엄마도, 딸도 둘 다 행복해졌습니다.
^___^

돌판에 생계란 깨놓으면 후라이가 되고말 엄청난 더위가 무색하게
엄마도 딸도 다 행복하게 만든 그 질문과 그 대답..궁금하시죠?
혹시라도 그런 질문 받게 되시면…꼭 써먹으시라고 살짝 귀뜸해드립니다.^^

우선 그 질문인 즉슨,

“엄마, 엄마는 우리가 어느 때(시절, 연령) 제일 이뻤어요?”

9월이면 11학년이 될 아이의 질문치고는 조금 유치하지만
엄마는 유치한 질문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주었습니다.
 
“어느 때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넌 항상 이뻤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어느 때냐고 묻는다면 

엄마는 지금!! 이라고 말할래.”

이 대답에 딸아이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더라구요.
아마도 ‘지금’이라는 대답 대신에 갓난아이 때 라든지, 2살 때 라든지,
초등학교 때 라든지 어떤 시기를 딱 꼬집어서 말해주리라 여겼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더라도 한창 사춘기에 있는 자신이
엄마 눈에 그다지 이뻐보일 턱이 없을 테니까
엄마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된거지요.

따지고보면..사춘기의 터널을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딸아이가
제일 이쁘다고 말한 것은 다분히 교육적인 멘트일 수도 있어요.
누구나 사춘기때는 스스로도 힘들지만
나름대로 부모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어서 빨리 사춘기의 터널을
편안하고 무사히 빠져나가기만을 고대하고 바라고 소망하는 것이구요.

어쨌든 엄마 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지금’이라는 대답을 뱉어놓고
엄마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살펴보기로 했어요.
우리 아이…과연 언제가 가장 이뻤을까??
진짜로 진실로 참말로 리얼리 ‘지금’이 가장 이쁠까?
‘지금’이라는 멘트는 그저 교육적인 멘트, 임기응변의 멘트에 불과할까? 

시간을 거슬르고 거슬러 아이가 태어나던 그때로 돌아가봅니다.
꼼지락 꼼지락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의사 표현을 울음으로 대신하던 때 그때.
캬~~ 그때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올망졸망한 눈망울 굴리며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고
호기심에 가득차 있던 그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알아보고 살짝 미소지어주고 옹알이 옹알옹알 하던 그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5개월 무렵 뒤집기에 첫 성공한 후..뱅글뱅글 바닥  청소하고 다니던 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한 살 무렵, 의자에서 손 떼고 혼자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발걸음을 뗄 때마다 환호하고 격려하던 그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극적으로 기저귀를 떼고 한결 가벼워진 아랫도리를 삐죽거리며 돌아다니던 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병아리 같은 손으로 단추 잠그겠다며 꼼지락 거릴 때,
잘 되진 않지만 무엇이든 혼자서 해보겠다던 그때.
눈부시게 맑은 날, 어설픈 손동작 발동작으로
아기자기한 노래와 춤 선보여줄 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학교에 들어가 100점 짜리 시험지 보여주며 으쓱으쓱 의기양양 할 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없는 반찬이라도 밥 한 그릇 뚝딱 헤치우며 “꺽~ 잘 먹었다.” 말해주던 그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힘껏 뛰어 놀다 들어와 땀에 절은 셔츠를 빨래통에 집어넣고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던 때..
캬~~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크게 음악 틀어놓고 목청껏, 집이 떠나갈 듯 노래 부르던 때
캬~~ 못하는 노래였지만, 그때도 우리 아이 정말 이뻤습니다.

구구절절 일일이 나열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이는 엄마에게 순간순간 제일 이뻤던 것입니다.
보통..말 안 듣는 시기를 가리켜 미운 세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기억해보건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세 살과 일곱 살의 아이도
이뻤던 순간, 고마웠던 기억은 있는 것이지요.
힘은 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이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중에는 지금 이 순간도 얼마나 이쁜 순간일까요?
그래서..엄마는 감히 아이에게
다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가장 이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적인 멘트가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로요~^^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하면서
삼시 세끼 식사 챙겨주는 것도 일이지만 얼굴 붉힐 일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이쁜 때다.’ 라고 주문을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이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다…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