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몰입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해도 영어 이야기는 결코 빠지는 법이 없지요.
여기를 둘러봐도 영어가 중요하다..
저기를 둘러봐도 영어는 필요하다..
그러니 아이가 태어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국제화 시대에 필수인 영어를 배우기에 열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에 열정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어느나라 말이건 그나라 사람들처럼 말을 수리술술 할 수 있는게
크나큰 능력이고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이 되긴 할거예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우리나라에선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아이와 부모가 헤어져 사는 일이 다반사고,
한 자라도 더 배워보겠다고 저리들 극성인데
정작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는가 하고 말이죠.

한국에 사는 아이들은 한국어는 제나라 말이니까 기본으로 술술하고
영어를 열심히 교육받아 영어 또한 술술하는데..
미국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미국에서 사니까 영어는 기본으로 술술하고
한국어는 기껏 엄마 말이나 알아듣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되면 세월이 흘러 한국에서 영어를 술술 하는 아이들과
지금 우리 아이들이 경쟁력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어 교육..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히 먼 훗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만은 아닐거예요.
‘자기의 뿌리를 알려면 언어를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언어란 자신의 뿌리이며 기본이고 결국엔 자신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통 한국학교라는 것이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국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겐 여간 큰 부담이 아니지요.
게다가 무슨 무슨 운동은 죄다 토요일 오전에 시합이 있거나 연습이 있고,
토요일 열리는 생일 파티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니 토요일 오전의 한국학교는 아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엄마들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고, 건너야 할 강인 셈입니다.

그래서 간혹..그냥 집에서 틈날 때..가르쳐야지..생각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저도..8년 전까지는 그런 엄마들 중 한사람이었어요.
시간도 없는데 한국학교에 보내서 뭘해? 시간 정해서 내가 가르치지..
하며 내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에 자만심 비슷한 것이 있었지요.
그런데…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더라구요.
내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커서 생각만큼 못하면 과하게 열이 받게되고,
이상하게 한국어 공부를 할 시간만 되면 무슨 일이 퐝~ 터져 공부할 시간을 놓치게 되는거예요.
한국어 공부를 하는 시간이라며 굳이 시간을 빼놓고 계획을 세워놓아도
얼마든지 일이 생기면 내 맘대로 뺄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을 요리조리 사용하는 꼼수를 부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요.
그렇게 한 일 년을 내가 가르친답시고 시간만 허송하다
결국엔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입학 시켰답니다.
그때가 딸아이는 미국학교 4학년, 아들아이는 1학년 때였지요.

아주 다행스럽게 그간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4학년인 딸아이는 한국학교 3학년이 되었고
1학년인 아들아이는 한국학교 1학년에 입학이 되었어요.
그리곤..그때부터 매년 참으로 열심히 한국학교에 다녔습니다.
한국 아이들이 영어 교육에 열심이었던 것처럼
토요일 오전에는 한국학교에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했으니까요.

가기 싫다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하는 곳으로..
바쁘면 안 가도 되는 곳이 아니라 바쁨에도 불구하고 꼭 가야만 하는 곳으로..
슬렁슬렁  시간만 떼우고 부모 눈치보며 다니는 곳이 아니라
한국인이기에, 코리안 어메리칸이기에 다녀야 하는 곳으로..
그렇게 한국학교를 다녔는데
이제는 둘 다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재작년에 딸아이는 SAT 2한국어 시험까지 보았네요.^^

한국어 교육의 일환으로 저는 밤마다 아이들과 30분 짜리 한국 가족 드라마를 꼭 보고있어요.
요즘에 보는 것은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만데
여덟시 반이 되면 하던 일을 다 제쳐놓고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에 모입니다.
그리고 그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은 미국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한국의 문화와 예절, 풍습 등을 배우지요.
저야..어릴 때부터 많이 보아왔던 풍경이고, 모습들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에겐 이국의 모습이고, 낯선 풍경이거든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한국을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국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이더라구요.
게다가 드라마를 통해서 새로운 어휘는 물론이고, 구문 등을 접할 수 있어
말하는 한국어에 훨씬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생활하다 보면 한국어 교육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일단은 매일 매일 사는 일이 바쁘고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아서겠지만
한국인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이상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내 나라 말을 읽고, 쓰고, 말하고, 들을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어쨌든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부모의 몫입니다.
한국에 사는 아이들이 영어를 술술 말하는 것처럼
미국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한국어를 알고 말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교육- 한국어교육을 시켜보세요.
그래서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인으로서의 당당함과 자부심, 정체성까지
덤으로 얻게되는 행운을 누려보세요~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