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이 끝난 개학날 아침,
전날 밤에 챙길 것은 다 챙기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아이들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두 세번이나 잊고 간 것이 없음을 확인했는데도
아빠 차를 타고 학교에 갔던 작은 녀석이
섹소폰을 놓고 갔다고 다시 되돌아오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말을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이 현실을 어쩔 수야 없겠지만
개학 첫날부터 야단칠 수도 없고..그렇다고 야단을 안 칠 수도 없고…
오호..애재라~

사실 칭찬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야단치는 것입니다.
아무때나 감정적으로 야단을 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혜롭고 현명하게, 적절한 야단을 치는 것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야단을 치는 이유가 우리 아이들의 삶을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함이라면
야단을 치더라도 ‘약’이 되고 ‘득’이 되는 야단치기를 하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서..오늘은 ‘약이 되는 야단치기’ 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우선 야단을 치기 전에 꼭 기억해야 할 패턴이 있습니다.
그것은 [칭찬-꾸짖음-칭찬] 입니다.
가령..아이의 성적이 뚝 떨어졌을 때..
그냥 막무가내로 “성적이 왜 이모양이니? 공부 안 할 때 부터 알아봤다..”
라고 바로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우리 **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았어. 고마워..” (칭찬)
“그런데 오늘 성적표를 받아보니 math가 많이 뒤쳐졌더라.  엄마가 볼 때
집중을 좀 더 하면 좋을 것 같아.”(꾸짖음)
“아마 그렇게 한다면 우리 ** 다시 좋은 성적이 될 수 있을거야..한번 더 잘해보자.”(칭찬)

[칭찬-꾸짖음-칭찬]의 패턴은 일단 처음에 칭찬을 함으로
야단을 치는 사람이나 야단을 맞는 사람 모두에게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를 줍니다.
누구에게나 칭찬 받을 일 한가지씩은 있거든요.
그러니 칭찬으로 분위기를 잡은 다음 꾸짖음으로 하고싶은 말을 하고
다시 칭찬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으로 간다면
부모들의 꾸짖음은 아이들에게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패턴을 기억한 다음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야단치는 방법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대충 여덟가지 정도의 방법을 생각해봤는데요.
아이들마다 기질이나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니 적절하게 응용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죠? 

1) 한가지 잘못에 대해 여러번 꾸짖지는 말자.
2) 욕하지 말고 때리지도 말자.
3)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그 즉시 바로 잡아주자.
4) 예전의 잘못을 들춰내지는 말자.
5) 부모가 동시에 야단을 치지는 말자.
6) 적절한 대안을 알려주자.
7) 부모가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키자.
8) 야단을 친 후,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알려주자. 

*한가지 잘못에 대해 여러번 꾸짖지는 말자.
나이를 먹어도 똑같은 실수를 하고 또 하고…
경험이 많다고 잘난 척을 해도 여전히 실수 투성이인 나 자신을 생각할 때
아이들의 반복되는 한가지 실수나 잘못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야단을 치면 그것은 잔소리가 될 수 있고 결국엔 공염불에 지나지 않지요.
우이독경..
그야말로 소 귀에 경 읽기가 되버리고 말하는 부모님들 목만 탑니다.
한가지 잘못을 반복하는 경우, 처음엔 타이르듯이 이야기 하다가
그것이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크게 한번 야단을 치는 방법을 써보세요.

**욕하지도 말고 때리지도 말자.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욕하는 것도 매만 안 들었다 뿐이지 사실은 언어 폭력이거든요.
어쩌면 매를 맞는 것보다 욕설을 듣는 아이는 더 참담하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고
가슴에 더 큰 상처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말을 너무 안 듣고, 야단을 아무리 쳐도 잘못이 고쳐지지 않아 매를 들게 되지만
아이들의 머리가 커짐과 매의 강도는 서로 비례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의 강도도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훈육이고 사랑의 매였지만 나중에는 감정이 다분히 실릴 수 있게 됩니다.
저 역시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매를 잡아본 적이 있지만
지내놓고보니 매가 무서워 어떤 행동을 안 하는 척 하게 하기 보다는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으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 훨씬 오래감을 알았습니다. 

***잘못된 행동은 그 즉시 바로 잡아주자.
잘못된 행동을 그 즉시 잡아주라는 말은
사람들이 많은 데서 다짜고짜 야단을 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잘못을 한 그 즉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야단을 쳐야 한다는 말이지요.
왜냐하면, ‘나중에 집에 가서 혼내야지.’ 맘먹고 집에 가서 야단을 치면
갑자기 야단 치는 엄마의 모습이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아이는 이미 집에 돌아오면서 자기의 잘못은 잊어버렸고,
그 상태에서 야단을 친다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엄마는 잘못도 없는데 맨날 화만 낸다.’ 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거죠.
그래서 잘못한 행동은 그 즉시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예전의 잘못을 들춰내지는 말자.
똑같은 잘못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다른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주에  딸아이가 유리로 된 냅킨 홀더를 깨뜨렸습니다.
흡…숨 한번 들이쉬었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더군요.
도와준답시고 부엌에서 얼쩡거리다가 생긴 일이라 달리 야단을 칠 수도 없고
유리라서 혹시라도 조각이 남을까봐 치우는 내내 혼자서 씩씩거렸지요.
그런데 어제 또 장식품 유리펭귄을 두개나 깨뜨린거예요.ㅠㅜ
이쯤되면 아무리 부처님 가운데 도막이 몸 안에 들어앉아있다고 해도
열이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야단을 치긴 쳤지만 그 전날 있었던 냅킨 홀더까지는 들먹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종류의 실수이긴 했지만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요.
야단을 칠 때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하며
예전 일까지 싸잡아서 야단을 치는 일을 지양합시다.

*****부모가 동시에 야단치지는 말자.
아빠에게 야단을 맞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까지 거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한 사람은 엄하게, 한사람은 자애롭게..
부모가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둘 다 야단을 친다면 아이는 기댈 곳이 없게 됩니다.
아이에게 쉬어갈 수 있는 자리는 남겨두세요.

******적절한 대안을 알려주자.
무슨 잘못을 했을 때 무조건 “그것은 하면 안돼!!” 라고 말하고 끝내버리면
아이는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게 됩니다.
실수를 실수라고도 생각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 실수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찌 알겠어요.
그러니 마치 수학 문제를 풀어가듯이
“이것은 이러하니 하지말고 앞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풀이 과정과 답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나 상황 판단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에는 대안 제시가 더욱 중요합니다.

*******부모부터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키자.
야단을 치는 방법에 웬 뜬금없는 부모의 정직과 약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야단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이게 하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먹혀들어가 생활 속에서 변화를 보게 하려면,
부모의 정직함과 약속은 부모가 야단을 치기위해 갖추어야 할 요구조건이 됩니다.
약속을 했으면서 흐지부지 하는 부모..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부모..
그런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부정과 무책임이니까요.

********야단을 친 후,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알려주자.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방관하는 것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 만큼의 죄가 되는거겠지요.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는 것도 다~ 관심의 결과입니다.
더 잘되라고..
더 바르게 자라라고..
더 훌륭하게 크라고..
이 세상 살아가는데 약이 되라고..득이 되라고..
그런 마음에서 야단을 치는 것이지
그 반대로 못되라고, 심심해서, 병주려고 야단을 치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야단의 마무리는 ‘자식 사랑’ 때문임을 알려주세요.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너에게 약이 되라고 야단을 친 거였어..난 널 믿어..”하며
마무리는 야단의 패턴 중 마지막인 칭찬과 사랑으로 마무리 하는거죠. 

아이를 키우면서 칭찬만 하고 살 수도 없지만 항상 야단만 치고 살 수도 없습니다.
칭찬할 일이 있으면 마땅히 칭찬을 해줄 일이며,
야단맞을 일이 있으면 마땅히 야단을 맞아야 합니다.
요즘엔 제 자식만 귀하다 여기고 야단 한번 안 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아이 기죽일까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못 본 척 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적절한 때에 야단을 맞지 않는 아이는
기는 살았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툽니다.
공중도덕을 지키며,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은 가르쳐야 생기는 것이지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칭찬-꾸짖음-칭찬]의 패턴 위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약이되는 야단을 치고 가르친다면
공중도덕을 지키고, 서로 나눌 줄 알고, 배려하고 돌봐주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여겨집니다.
개학날..
여전히 실수 투성이인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풀어본 ‘약이 되는 야단치기’
여기까지 입니다.^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