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공기가 한 뼘이나 가까워진 가을을 실감나게 해주더니
어느덧 이번 주 일요일이 추석입니다.
미국의 명절과 한국의 명절이 다르다보니
미국에서 지내는 한국 명절은 명절인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반토막 명절이 되기 쉬운 것 같아요.
더구나 저처럼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와 가족을 일군 사람들에게는
스리슬쩍 지나가도 아무도 뭐랄 사람 없으니
미국에서 산 세월이 길어질수록
“오늘이 명절이란다~”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게 되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한복도 입히고, 송편도 만들고
애써 달맞이 하러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나물 반찬 몇가지에 담소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미국에 사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런 것을 챙기고 나눌 여유가 사라진겐지…아님 게을러졌는지..
애궂은 애들 핑계만 대게 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한국 명절은 대부분 주중에 끼어있잖아요.
주중에는 학교 가야지..숙제 해야지..운동해야지..
이것저것 하느라고 주말로 미루기도 하지만
주말엔 또 주말대로 일이 뻥뻥~ 터지니
이미 지난 명절은 핑계대고 그냥 지나치는 수 밖에요.

그런데 마침 이번 추석은 일요일이네요.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겐..추석 연휴가 짧아 서글플테지만
이곳에서는 모처럼 온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우리집 옆집에 잘 자란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주인에게 부탁해서 솔잎을 좀 구해볼까 해요,
솔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다음..그 위에 송편을 얹어 쪄내면
솔향기 그윽한 송편이 된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함께 모여앉아 서로 다른 모양의 송편을 빚어내며 나누는 이야기는
끈끈한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주겠지요.
고물고물 고사리 손으로 만든 송편은 속이 터지기도 할테고
차마 먹기 아까울 정도로 이쁜 송편도 나올테고
반죽이 얼마 남지 않아 빚어진 송편은 터무니없이 크기도 할테구요.
이렇게 아빠의 송편, 엄마의 송편, 언니, 오빠, 누나, 동생의 송편이
어우러져 쪄지고 한 접시에 담아져서 나눠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까짓것~^^

몇 년 전 공수해 온 아이들 한복은 이미  작아져서 입을 수 조차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달님을 맞이하는 것은
여름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능할 것 같아요.
커다랗고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도 잊지 않으려구요.
언제 빌건, 어디서 빌건 매번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소원들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욱 더 간절하게 소원들을 빌어볼 참이예요.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해주십사~
우리 아이들 착한 아이들로 잘 자라게 해주십사~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자족의 마음을 갖게 해주십사~
엄마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게 해주십사~
검지 손가락에 중지 손가락 걸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보려구요.

추석…하면 생각나는 글귀가 하나 있는데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 
일년 중 가장 풍성한 때, 일년 중 가장 충만한 때라서 붙여진 이 말은
늘 추석처럼 풍성하고 여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추석을 맞아 우리 미씨님들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해피 추석되세요~^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