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첫만남에 사람들은 자녀를 몇이나 두었는 지 궁금해합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두었어요.” 라고 대답을 하면
“어머, 200점 엄마시네~” 하는 말을 덕담처럼 하시지요.
모르긴 몰라도 전 그 말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0번 정도는 들었던 것 같아요.^__^
딸을 낳고 그 다음에 아들을 낳으면 200점 엄마라는 우스갯소리..
듣는 저는 기분이 좋지만
만약 아들을 먼저 낳고 딸을 나중에 낳은 엄마가 들으면
살짝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소리..^^;;

키워보니 딸이 좋더라.
그래도 큰 일 치를 때는 역시 든든한 아들이더라.
엄마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친구같은 딸이더라.
아빠에게는 역시 아들이 필요하더라.
딸 보다는 아들이 있어야 해.
아들 보다는 딸이 낫지.
이러쿵 저러쿵..
아들이 낫냐, 딸이 낫냐에 대한 질문은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여자의 지위가 향상이 된다 하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질문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 남존여비의 사상이 남아있어 그렇다쳐도
요즘에도 가문을 이끌려면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으레 딸이냐, 아들이냐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이구요.
그런데 사실 아이를 낳고나서  딸이냐, 아들이냐의 성별이 궁금하기 보다는
아이가 건강한 지, 손가락, 발가락이 제대로 달려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그게 더 궁금하지 않으셨어요?
아이의 모든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다음에야 비로소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전 형제들이 많은 집에서 자랐어요.
오빠 하나에 언니가 둘, 여동생이 하나.
삼대독자 오빠가 부모님의 신경쓰임을 독차지했지만
그런대로 지지고 볶았던 어렸을 때의 그 기억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오빠와도 참 잘 지내는 사이이긴 하지만
진짜로 속엣말은 오빠 보다는 언니에게 더 하게 되더군요.^^;;(오빠 미안~)

제 외삼촌은 딸만 넷을 두셨어요.
넷을 낳으려고 낳은 것이 아니라 아들을 낳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가
줄줄이 딸만 넷을 낳았지요.
외삼촌도 독자셔서 외할머니의 성화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ㅠㅜ
그러나 외숙모가 딸만 넷을 낳고 더 이상 아이 낳기를 거부하셨는데
그것은 결국 아들 낳기를 그만 두겠다는 말씀과 같았답니다.
그런데요.
그 딸들이 하나같이 효녀들이라 부모 사랑이 어찌나 지극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많더군요.
딸을 낳으려다 아들만 줄줄이 낳은 경우 말예요.
이 대목에서 세상 참 뜻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딸을 원하는 집엔 딸을 주시며, 아들을 원하는 집엔 아들을 주시면 될텐데…^^

가끔은 노력하고 노력해서 원하는 아들이나 딸을 얻는 집도 있습니다.
장남에게 시집간 제 친구 하나도
얼마 전에 극적으로 막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위로 딸이 둘, 그리고 귀하게 얻은 아들.
늦게 얻은 귀한 아들 덕택에 친구의 입은 날마다 귀에 걸려있는 것 같아요.
친구는 그 아들로 인해 매일 매일 행복해 보입니다.

  이렇듯 주위를 둘러보면
딸, 아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딸만, 혹은 아들만 있는 집이 있습니다.
엄마에게는 딸이 좋고, 
아빠에게는 아들이 좋고,
가문을 잇기 위해서는 아들이 좋고,
살림 밑천으로는 딸이 좋고..
이렇게 혹은 저렇게 딸 사랑, 아들 사랑이 유별나지만
아이들끼리는 역시 같은 성이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우애가 좋은 남매라 할지라도
커가면서 어느 정도는 껄끄러운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성이 같은 아이들, 형제나 자매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예전에는 못했던 말을 스스럼없이 하게 되고,
속엣말을 포함한 고민 상담도 쉬이 하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