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부터 내린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 놓은 내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는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수는 없는것
낮부터 내린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이밤 마음속엔 언제나
남아있는 기억은 빗줄기처럼
떠오는 기억 스민 순간 사이로
내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수는 없는것
낮부터 내린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 놓았네
유리창엔 비---- 햇빛촌
1989년에 한창 유행했던 햇빛촌의 노래다.
낮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오늘 같은 날씨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찾아 듣게 되는 노래.
밖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추억은 빗줄기를 타고 1989년으로 되돌아간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학 졸업반이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졸업 여행 갔던 일,
졸업 논문 쓰느라 용 쓰던 일...
생각해보면 지금의 대학 졸업반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졸업 여행만 해도 설악산, 동해, 단양팔경을 다녀왔고
졸업 논문도 일일이 손으로 쓰던 때였으니 말이다.
타자를 배우겠다며 거금을 들여 타자기를 샀던 기억도 난다.
그때 배웠던 타자 기술(?)이 독수리 타법을 면하게 해줬으니
타자기 본전은 뺐다면 뺀 것이리라.
매일 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가 있었고,
일주일을 기다리면 '젊음의 행진'과 '주말의 명화'가 있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 교통이 흔하던 시절.
빠르진 않았지만 기다릴 줄 알았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늘 남는게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사는 건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편해졌다.
누구나 손에 컴퓨터 하나씩 들고 다니며
최신 정보를 원하는 즉시 얻어낸다.
1인 1차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 되었고,
소득은 몰라볼 정도로 늘었는데 늘 부족함을 느낀다.
편해졌는데 여유는 더 없어졌다.
사람들은 늘 바쁘고, 계속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간편한 것을 찾다보니 일회용이 판을 치고
덩달아 쓰레기도 산더미를 이룬다.
대학생들은 대학을 들어가자마자부터 취업 준비를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의 삶은 녹록치않다.
집값은 하늘처럼 치솟아 집을 사기란 하늘의 별따기고,
아이를 키우는 것 또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
문득 생각나 들은 추억의 노래가
추억만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여기, 오늘, 현실....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지금, 오늘, 여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삶은 어떨 것인가?
진정,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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