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으로 재택 근무를 하게된 아들이
새로운 취미로 시작하게 된 기타가
마침내 우리집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연말,
다들 휴가를 내서 10일 정도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
매일 기타 연습을 하는 아빠와 남동생에게
자극을 받은 딸아이가 베이스기타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정하자마자 바로 베이스 전자 기타 오더하고,
덕분에 아빠도 마호가니 색의 중후한 전자 기타를 개비하게 되었다.

딸아이는 베이스를 맡고
아빠와 아들은 연주를 맡고
그럼 엄마는?

악기  연주를 할 줄 모르는 엄마는
자연스럽게 보컬을 하게 됐다.
보컬을 맡긴 했지만 노래 실력이
그닥 뛰어나지 않은게 함정!

그렇게 연말을 보내고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간 후 줌으로 주간미팅을 하다가 기타 이야기가 주를 이루자
슬며시 밴드에 어쿠스틱 기타도 필요하다며 엄마가 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가늘고 길게'
무엇이든 시작하면 최고는 아니지만
꾸준히 하는 내 스타일을 아는지라
선뜻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기타 한 대씩 들고 있으니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었다.
때마침 가족들이 등을 떠밀어주니 그 손을 덥석 잡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한 기타 연습이 오늘로 닷새 째.
손톱을 바짝 자르고 남편이 가르쳐준 코드를 연습해본다.

연습 첫 날,
코드를 짚는 왼쪽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며 엄살을 부렸더니
남편은 바로 "그렇게 아프면 그냥 안해도 돼." 말한다.
가차없다.

연습 둘째 날,
어떻게든 코드를 짚어보려고 왼쪽 손가락에 밴드를 붙였더니
이번에도 남편은 "그냥 하모니카 해도 돼." 한다.
은근 엄한 선생님이다.

밴드를 떼어내고 손톱을 더 바짝 자르고 이왕 시작한거 불평말고 이겨보자 작정했다.
생각을 바꾸니 그럭저럭 참아진다.
역시 맘 먹기 나름인가보다.

매일 조금씩 기타를 잡고 연습하다보면
손가락은 딱딱한 굳은 살이 생기고 더는 아픔도 없겠고,
언젠가는 악보를 보며 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리게 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거란 걸 믿어보자.

박 패밀리 밴드,
연습은 따로 하지만
같이 모여 함께 연주할 날을 그려본다.
그저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