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중순, 아들래미가 대학을 졸업한다.
어렸을 때 sister's boy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누나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
대학 4년동안 공부는 물론이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다만 누나와 다른 게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어떤 일을 해야 자기가 행복해 할 지 갈피를 못 잡기도 했지만
부모인 우리 역시도 길잡이가 되지 못했다.
아이가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했고
졸업하면 내 아들만큼은 금방 직장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대학을 들어간 아이는
2학년 때 전공을 응용수학으로 바꾸었다.
애초에 컴퓨터 사이언스로 전공을 택한 것도
전적으로 아이의 뜻이 아니라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는데 잘 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지 않을까 싶어
우리와 의견 조율해 선택한 것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아니었던 모양이다.
전공을 응용수학으로 바꾸었을 때도
진짜 수학이 좋아서 그것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다른 것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게다가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보니 job 시장도 비교적 넓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누나의 친구 중에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해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가
'수학을 전공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말했다는 것도
수학 전공 선택에 플러스 1점 정도는 영향을 주었다.
보통 수학을 전공한다 하면 "선생님 하려고?" 하는 말을 듣기가 쉽다.
사실 아이가 수학으로 전공을 바꿀 때만 해도
아니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선생님이란 직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역시도 선생님이라는 직업과 아이를 연관시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은 교육학이 아이에게 심하게 영향을 준 모양이다.
진로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교육 쪽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하길래
우리 부부는 물론이고 누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이의 행보는 선생님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단 한번도 그 생각을 못해봤었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친가 쪽에 다른 직업군 보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아버님, 시 아주버님, 고모부님, 시조카, 아빠, 어쩌면 누나도?
외가 쪽도 친가 만큼은 아니지만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결국'피'를 무시하지 못하는건가?
며칠 전 어떤 진전이 있었는 지에 대해 물으니
아이가 말한다.
"엄마, 저 한번 믿어주세요. 지금은 교육 쪽으로 가장 우선을 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잘 해볼테니 지켜봐주세요."
'그럼그럼..
이제야 말로 혼자 굴러가야 겠구나.
너의 길을 만들어 가겠구나.
아직 젊고 활력이 있을 때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 지
찾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지.
최선을 다해 잘 해봐!
우리는 따뜻한 시선으로 너의 사회 생활을 응원할 게!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야 하는 지를 우선하길 기도할 게'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대학만 들어가면 끝나는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 잘하고 성실하고 착실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아니다.
어찌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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