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대학원에 들어가서 꾸준히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4년 째,
이제 초급을 넘어 중급 정도는 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레슨 하루 받고 다른 하루는 친구들과 어울려 치러 가고.
그러다보니 실력이 확~ 오르진 않아도 꾸준히, 조금씩 좋아지는 모양이다.
게다가 한달에 한번씩은 꼭 산으로 하이킹을 가고
요즘엔 킥복싱 클래스도 일주일에 한번씩 다닌다고 한다.
바쁜 중에 체력관리를 열심히 하는 딸아이를 보는 엄마 입장은 흡족~이지만
운동의 '운'자도 안 좋아하는 아들아이 입장에서는
제 누나가 엄청 극성맞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을 게다.
그런데...몇 달 전부터 아들 아이가 변했다.
그저 집에서 소일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실내에서 하는 Rock Climbing을 해보고 난 후,
그것에 엄청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마르고 긴, Rock Climbing 하기엔, 좋은 신체 조건도 재미에 한 몫을 한 것 같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제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하는 아이인데...
그래서 아이의 운동 소식을 접하자 가족들은 모두 기뻐 환호했다.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아들이 좋아할 수 있고, 아들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는 게 감사했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지난 12월에 잠깐 집에 다녀 갈 때도
집 주변에 있는 climbing center를 찾아 다닐 정도였다.
그걸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고,
차를 타고 운전을 해서
한 시간 정도 운동하고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단다.
얼마 전 직장을 구한 아들은
이제 오전 시간에 Rock Climbing 하기는 힘들어도
퇴근 후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단다.
하나씩 레벨이 올라갈수록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승부욕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내면에
한껏 웅크리고 있던, 솟구치는 승부욕이 있었을 줄이야~~
그것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승부욕이어서 더 멋지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승부욕 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승부욕이
내 관점에서는 더 필요하고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아들과 딸 모두 자신들의 체력을 위해 나름대로 운동이 습관화 된 것 같다.
꾸준히,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우리, 나와 남편이다.
그렇게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fitness center에 적을 두고 꾸준히 운동을 하러 다니기는 했다.
여행 간다고 두달 빠지고,
아프다고 한달 빠지고..
최근에는 그야말로 운동하고는 담을 쌓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운동은 하고 사는 축에 속했다고 자신하는 편이다.
남편에게 "함께 다니자" 숱하게 청했지만
당신은 할 생각이 전혀 없으시다며 극구 사양했다.
-하기 싫은 것은 죽어도 못하는 아들의 성격은 아빠를 그대로 빼다 박은거다.-
fitness 같은 데 가서 운동하기 싫으면 동네를 한 바퀴 돌자는 제안에도
늘 콧방귀~~ 뀌어 주시더니만..
몇 주 전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편의 입에서 먼:저: 아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미친듯이 세게 꽉 붙잡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 잠이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더 큰 함정이지만,
그래도 이 때를 놓치면 영영 남편과의 운동은 도루묵이 될 것 같았다.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남편과 함께 동네를 걸었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은 없지만 적당히 알맞게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어주어
평지를 걸을 때보다 운동이 되는 데다
운전하고 다니며 무심코 봤던 이웃집들의 풍경들을 볼 수 있어 좋았고,
30-40분 정도 상쾌한 공기에, 남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부부의 운동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했더니
딸아이는 "와...다행이에요." 하고
아들아이는 "정말, 잘하셨네요." 한다.
숨쉬기 운동만 열심히 하던 아빠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니
딸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다행이었던 걸 테고,
막상 운동을 해보고 즐거움을 느껴본 아들의 입장에서는
그 좋은 걸 아빠가 한다니 정말로 잘했다고 느낀 것이리라.
이리하여 우리 가족은
사는 곳이 다르고
운동법도 다르고
운동하는 시간도 다르지만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운동가족이 되었다.^^
1월 초 아들의 전화,
"엄마, 저 3월에 친구들하고 마라톤 대회 나간다고 신청했어요."
"엥? 진짜? 이제 마라톤까지 하는거야?"
"그게 아니고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신청하긴 했는데 신청하고 나자마자 바로 후회했어요.
9마일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ㅋㅋㅋ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왕 신청한거 열심히 해야지!"
며칠 전 아들의 전화,
"오늘 뭐하고 지냈니?"
"친구들하고 3마일이나 뛰었어요. 주말마다 연습해야죠."
"아이고, 애쓰네~ 저녁은 먹고?"
"네. 이제 rock climbing 가려구요."
참말이지 아부지나 아들이나 그렇게 하라고 하라고 시킬 때는 듣는 척도 안하다가
자기가 하려고 맘을 먹으니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구나.
역시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구나.
마음이 먼저 움직이게 하기 위해 계속 이것 저것 미끼를 던져봐야 하겠구나.
지금은 그 미끼를 물지 않더라도
당신의 마음들이 동하면 언젠가는 그 미끼를 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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