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빵과 과일을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이틀에 한번씩은 커피를 내리기 전에 남편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남편을 출근시킨다.
집안을 대충 치운다음 나갈 준비를 한다.
.....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한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저녁상을 물리고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본다.
간혹 티도 챙겨 마신다.
그러다가 잘 시간이 된다.
남편과 함께 자러 들어간다.
무척이나 건조하고 단조로워보이는 나의 주중 일과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원 안에서 여간해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일상들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지루해보여서
뭔가 색다른 것을 찾아보려고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견해가 바뀌었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며칠 방에서 뒹굴어본 후에..
예기치 않은 차 사고가 나서 차를 맡기고 병원 다니느라 동분서주 해본 후에...
친지가 돌아가셔서 쫓아다니느라 얼이 빠져본 후에..
우리는 꼭 큰 일을 치룬 후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그런 후에는 똑같은 원 안이지만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다시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아들 녀석이 뜻하지 않은 차사고를 당했다.
앞 차가 갑자기 후진을 한 바람에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처음 당한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겠지만
그 주말에 집에 와서 첫 월급 턱을 내기로 약속했는데...
마침 누나도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그냥 다음으로 미루자 했다.
후진한 차에 받쳐서 공연히 덤태기를 쓸 수도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아들 녀석은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사고를 낸 사람의 양심을 한번 믿어보자 했지만
사람마다 양심의 날이 다르니 그 또한 어찌할 수 없지 않겠는가..
당장 차가 사고가 나니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통화해야 하고 신경써야 하고
이래저래 아들의 일상도 쳇바퀴를 벗어나 경로를 이탈해버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들의 말 한마디에 믿는다고, 혼자서 잘 해결해보라고 했지만
머릿속이 온통 그 녀석 생각 뿐이다.
소식이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늘상 해왔던 일상의 소소한 생각들 대신 괜한 걱정 하나가 떡하니 자리 잡는다.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내 일상이 정말 감사하다.
익사이팅하고 화려하지 않아서 더 감사하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잘 쌓아나가면
잠깐의 휴가는 선물처럼 느껴지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기도한다.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 원 안에서 계속 머무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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