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나는 올해로, 흔히 꺾어진 백살이라고 하는 쉰살이 된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쉰살을 지천명이라고 했다.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되는 나이.
자기가 해나가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이는 나이.
10년 전 칼럼을 쓸 때 나는 불혹의 터널을 지나며
불혹을 유혹을 견뎌내는 나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지난 10년 간 나는 많은 유혹을 견뎌내며 살았다.
눈의 욕망, 살림살이의 욕망...
그런 갖가지 유혹들을 견뎌냄으로 나는 단순한 삶을 즐기게 되었고
그것이 주는 유익이 어떤 것임을 몸소 실감했다.
생활은 단순해졌고, 단순해짐으로 걱정거리가 많이 줄었다.
불혹의 터널을 잘 헤쳐왔다.
기특하다. 칭찬한다.
이제 지천명의 문턱에 선 나는
흰머리 뿌리 염색을 2주에 한번은 해야 할 만큼 머리가 빨리 희어진다.
노안이 와서 작은 글씨로 쓰여진 손을 쭉 뻗어 책을 멀리 해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나기 보다는
어깨도 쑤시고, 다리도 아프기 일쑤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때임을 알고있기에 그렇다.
내가 지천명이 되니 딸아이는 스물 여섯이 되어있다.
스무살이 넘고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이러다 금세 서른살 되겠다고 가끔은 한숨 섞어 푸념한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은 잊어버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이쁜 때야. " 하고 말했다.
"그렇긴 하죠.."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다.
나에게 오늘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살고있는 날이다.
어제 미처 하지 못한 것들 후회하지말고
앞으로 할 것들 미리 걱정하지말고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하자.
가장 아름다운 나이,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알고, 가장 나답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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