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대학 졸업.
기어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정말이지 4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 것 같다.
전공을 바꾸고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봉사활동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 사이 21살이 되어 술도 마시게 되고,
지극히 평범하게, 무사히 대학 생활을 마무리 했다.
졸업을 두어 달 앞두었을 때,
"곧바로 직장을 잡지 못하면 집으로 들어와야 해..우린 네 생활비를 대줄 형편이 안되니까~"
했더니만
둘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걸로 어찌어찌, 빈곤하게라도, 생활을 할 수 있노라며 집에 오는 걸 마다한다.
우리도 얼씨구나 했다.
집 떠난 지 4년이나 된 녀석이 다시 집에 들어와 산다는 건
우리에게도 녀석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졸업 후 이틀 정도 집에 머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1년 정도를 하고싶은 것 하며 살고싶단다.
여행도 다니고,
진짜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도 좀 하고,
그러다가 계속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으면 대학원을 가든지 그러고 싶단다.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줬다.
17년을 공부하며 살았는데 그리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고 창창한데
자신을 위해 1년 정도 투자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그 1년이 후회없는 1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원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준비하는 1년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준비된 사람은 기회가 오면 확~ 낚아챌 수 있으니까.
남편과 함께 22살, 우리는 뭘 했었지? 이야기를 해본다.
남편은 3년 군대 생활 중이었고
나는 대학교 졸업반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어린 나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할 지...도저히 가늠이 안되던 나이다.
딸 아이처럼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바로바로 찾아서 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아들 아이처럼 쉬어가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가는 것이 잘 가는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의 인생은 연습이란 게 없으니까.
하지만 어떤 길을 가든지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조금 다를 뿐이다.
딸 아이가 아들 아이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둘이서만 오롯이 하는 여행길에서
분명히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될거다.
아들 녀석이 졸업을 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 시작되었다.
8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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