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번씩 미국 학회에 참석하는 남편 친구가 이번에도 잠깐 집에 다니러 왔다.
같은 과 교수 한 명이랑 대학원생 두 명과 함께.
약소하지만, 정성껏,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는
서너 시간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눴다.
Good Life vs Happy Life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말하는 중에 은근 통찰력을 보이는 남편 친구가 꺼낸 화두였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Good Life는 남들이 나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Happy Life는 내가 나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유난히 남의 눈을 의식하는 한국 사람들은
셋방에 살면서도 기 안죽으려고 BMW를 타고 다니고
크레딧 카드 빚이 널려있어 매달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살더라도
있는 척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것은 남들 눈에는 Good Life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은 속내는 모르고 그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게 다반사니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삶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하더라도
분수껏, 자족하며 사는 사람이 백번, 천번 행복한 삶이라는 지론!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가족이 Happy Life를 영위하는 것 같단다.
낯가림이 심하고 무슨 일에서든지 나서기를 꺼려하는 남편의 성품상
한국 보다는 미국이 살기 훨씬 나았을거라며
Happy Life를 추구하는 우리의 삶이 맞고 지당한데
늘 욕심이 문제라며 자조섞인 푸념을 잊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 더 물질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너무나도 명명백백한 가장 이상적인 삶은
남들 눈에도 좋아보이고 내가 느끼기도 행복한 삶이리라.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결국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남들 눈에 멋진 삶을 살 것인가?
내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나와 남편은 계속 Happy Life를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돈은 없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며
아이들에게 남겨줄 재산은 없어도 화목한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활짝 핀 꽃 한송이, 잔디에서 풀 뜯어먹는 토끼의 모습을 발견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삶~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문득, 마음에 들어온다.
그래, 계속 웃으면서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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