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시
팔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팔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오세영
8월의 마지막주
이번 여름이 덥고도 더운 여름이긴 했지만
이번 주 만큼 그리 온도가 올라가지는 않았었는데
여름 막판 대미를 장식할 모양인가?
연일 화씨 110도가 넘는 날씨,
게다가 잔뜩 습기를 품고있다.
방안에 들어앉아 가만히 있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일라치면
땀이 주루룩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얼굴에선 땀이 뚜둑..
2주간의 고국여행과 새로 이사할 집 사이가 붕 떠서 아들 녀석의 짐이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담아놓은 짐들이 심난해서
나중에 이사한 후에 편하라고 박스 하나씩을 꺼내 종류별로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 더위에..시작을 왜 했을까 조금 후회가 밀려오던 찰나
창밖에서 후두둑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마른 천둥이 여러 차례 치길래
이러다가 비 오는거 아냐?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법 굵은 빗방울이 기분 좋게 떨어지는 것이다.
여름에 좀처럼 비가 오지 않는 동네에
8월에 비가 오면 뭔가 단단히 횡재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
110도의 더위에 겨우 갈증만 해소할 정도의 물만 받아먹은
나무들이 꽃들이 풀들이 잔디가
초록의 눈을 뜨고 살아있음을 뽐내는 모습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눈도 적잖이 호강을 하니
이게 횡재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렇게 8월의 마지막날에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창을 활짝 열고 빗소리를 즐긴다.
이 시간,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더 없이 감사하다.
예보대로 남은 며칠 동안의 살인적인 더위를 견뎌내면
거짓말처럼 가을이 성큼 와 있으면 좋겠다.
하늘은 높디 높고
푸르디 푸르고
누렇게 타버린 산에 삐죽삐죽 푸른 색을 띠기 시작하는 가을이
그런 가을이 와 있으면 좋겠다.
2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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