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유학으로 시작된 미국 생활도
어느덧 27년이 되어간다.
낯설고 눈 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딸랑 남편과 나 둘 뿐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태어나 둘은 넷이 되었다.
혈육으로 맺어진 인연이 이렇게 딸랑 넷이고 보니
가까운 곳에 친척들이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 밖에~~
한번씩 한국에 가면 전국 일주 하듯이
친척들 집을 순회하곤 했다.
비록 미국에는 친척이 하나도 없지만 이래뵈도 한국 땅에는
할머니를 비롯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아빠, 고모들, 이모들, 외삼촌,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는 다 세기 힘든 사촌들이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에 새겨두기 위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사촌들도 다들 공부하기 바빠서 얼굴 한번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함께 어울려 여행을 가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입시라는 벽이 너무 높았고,
입시의 벽을 넘어서니 취업의 벽이 가로막았다.
마지막으로 온가족이 한국 여행을 다녀온 것이 7년 전이었는데
그 후 7년 동안은 우리 아이들이 입시네, 봉사활동이네, 취업이네 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7년 쯤 흐르고
아이들과 그들의 사촌들은 몇몇을 빼고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리를 잡아 취직을 하고
어른들이 되었다.
딸아이가 동생과 함께 하는 둘 만의 고국 여행을 이야기 했을 때
엄마인 나는 걱정 반, 설레임 반이었다.
그저 둘만 보내도 되나...
사촌들과 교류도 딱히 없었는데....
애들이 너무 어색해 하지는 않을라나? 등등
쓰잘 데 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비행기표부터 시작해서 한국에서 머무를 곳, 여행 장소, 경로까지 스스로 계획하고
게다가 표 끊자마자
한국의 식구들에게 대대적으로, 카톡을 보내는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당참(?)을 목격하고나니
적잖이 안심이 됐다.
그렇게 아이들의 고국여행이 시작되었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제주도와 부산을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고,
사촌들과 만나 몇 박 몇 일 함께 여행하고 먹고 웃고..
자주 만나지는 못했던 사촌들이었지만
분명 행복한 추억과 더불어 결코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또 느낀 시간이었음을 안다.
마침 사촌들 중 세명이 이번 10월, 11월에 결혼을 한다고 하니
함께 하기에는 이번 여행이 최상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게 되면 시간을 내어 함께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2주간의 짧지만 굵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아이들.
이번 여행이 그들의 삶에,
시간이 갈수록 더 따뜻해지는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저 너머에 그들을 깊이 염려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혈육이 있음을,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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