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동안 한국여행을 마친 후,
10시간에 걸친 긴 비행을 하고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 3편을 섭렵하고
이것도 했다 저것도 했다 하며 3시간 동안을 뜬 눈으로 보내고
꼴랑 한 시간 정도를 눈을 부쳤다-
어찌된 일인지 미국에 도착하고는 힘이 솟았다.
그것도 아주 팔팔하게..
오전 8시 40분에 비행기가 도착했는데
집에 도착해서는 짐정리에서 부터 온갖 정리를 다하고
식구들하고 밀린 수다를 어김없이 풀어내며
집에 온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이들은 연신, "엄마 안 졸려요?" 물어댔지만
꿋꿋하게.."잠이 안 오네~ 신기해. 벌써 시차적응 됐나봐."
그렇게 낮잠 한번 자는 법 없이
밤 9시에 잠이 들어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그 다음날도 똑같이 밤 9시에 잠이 들어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애들도 힘들어하던 시차적응이 나는 미국 오자마자 되버린 것이다.
체질인가?
내가 이토록 건강했단 말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한국에 가기 전과 똑같은 일상을 시작했다.
오히려 시차적응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소에 30분 정도씩 자주던 낮잠조차도 통째로 반납했다.
오히려 내 고급 체질에 박수를 쳐주며 있는 힘껏 모든 일을 더 열심히 해댔다.
평상시에 먹는 것보다 잠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날을 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무슨 일이 있어 새벽 한 두시를 넘기면 반드시 다음에 못 잔 시간을 보충해주어야 하는데
18시간의 긴 시간을 건너뛰고 비행기에서 잠도 못잔 채
일상생활을 그대로 해버리니 곧바로 몸에 무리가 갔다.
게다가 집에 돌아왔구나~ 하며 풀려버린 긴장감이 일조했달까?
덜컥 목감기가 걸려버렸다.
50평생 살면서 이런 목감기는 처음이다.
침을 삼키기 힘든 것은 기본이고
급기야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플루 샷을 맞아서 이정도 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하다.
침대에 누워 몇 날 며칠을 자다 깨다 먹다를 반복했다.
내 몸은 택도 없이 자만한 내 체력이 사실은 저질 체력임을 확인시켜줬고
나는 잃어버린 잠을 꼭 그 만큼 보충하고나서야 마침내 회복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신할 것은 하나도 없다.
건강도
체력도
재력도
권력도
자식도
내 자신 조차도...
목소리를 잃음으로 오히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고,
목소리를 잃음으로 내 자만의 댓가가 쓰라림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에 겸손해져야겠다.
설사 내가 건강도 체력도 재력도 권력도 자식도 내 자신 조차도 다 가졌다해도
자만의 댓가는 언제나 쓰라림을 기억하자.
2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