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연로하신 어머님께 아침시간에 전화를 드렸는데
지난번과는 음색이랑 톤이 많이 다르셨습니다.
지난번에는 목소리에 생기도 전혀 없고 기운이 너무 없어서
괜찮다고는 하시지만 혹시라도 몸이 불편하신가 싶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목소리에 기운이 넘치고 톤도 평소와는 달리 한 톤 높으신 겁니다.
같은 시간에 드린 전화인데 왜 지난번과 오늘이 다를까 싶어 넌지시 여쭸더니
아닌게 아니라 아주버님께서 오늘 들르신다고 했다네요.
"아이고..우리 어머님, 그래서 오늘은 목소리에 힘이 있으시구나.
아들래미 온다니 그리 좋으세요?" 하니
내 말에 껄껄껄 웃으시며
"내 목소리가 그리 좋으냐?" 하십니다.
"아들 볼 생각에 잔뜩 설레어 계신걸요.." 했더니
공연히 쑥스러운지 웃으시면서 "그러냐?" 하십니다.
자식들을 낳아 품 안에서 키우다가
하나, 둘씩 내보내면서 이전 어느때보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래선지 자식들이 전화도 잘 안하고 그저 우리를 기다리게 할 때는
아이고..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애가 타셨겠네..
하긴 나는 우리 자식들보다도 더 못한 딸이었지... 하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자식은요..품 안에 자식이더라구요.
저도 애들 다 내보내고 나니 이제야 어머님 맘 알 것 같아요.
근데요, 어머니...저는 자식들한테 연연 안할라고요.
그저 연락오고 전화오고 잘하면...고맙다, 감사하다, 최고다...칭찬할려구요."
하고 말씀 드렸습니다.
연신..."그라제...그라제..." 하시는 어머님께
우리는 직접 드리지도 못하고 그저 매달 은행으로 송금하는 얼마의 용돈과 몇 통의 전화 밖에는 못하지만
우리가 품에 있을 때 넉넉하게 우리를 품어주어
당신께 감사하고, 자식에게 감사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품 안에 자식..
그들이 우리 품에 있었을 때 주었던 기쁨과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이 우리 품을 떠나 스스로 또 다른 품이 되어줄 때를 생각해보면
그 말이 그닥 슬픈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품 안에 자식이 내 품을 떠나 다른 이를 품을 품을 가지고 계속 성장해나가는 거니까요.
그 말은 성장의 또 다른 이름 아닐까요?
내 품을 떠난 자식 때문에 품이 허전하신 분들..힘내시고
다른 이를 품을 품을 갖고 성장해가는 그들을 오히려 격려해줍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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