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간의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짧았지만 북적거림이 좋았던 시간이었는데
가고나니 덩달아 기온도 떨어지고 방은, 공기는 더욱 텅 빈 느낌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더니
애들 보낸 자리는 왜 이리 표가 나는지..^^
이번 연휴에는 한 끼를 제외하고는 모두 집밥으로 해결했다.
매일 다른 음식을 해먹인다는 것이 부담이긴 했지만
1파운드라도 더 찌워 보내려는 마음으로 끼니마다 정성껏 준비했다.
그만큼 설거지는 매번 산더미..에혀~
결국 잔머리의 여왕인 내가 머리를 써서 거의 매 끼니마다 식후 설거지 게임을 하기로 했다.
이름인즉슨, '엄지 손가락 숫자 게임'.
사실 원래 이 게임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가장 게임을 대변해주는 말이라 내가 지어봤다.^^
게임 방식은
각자 주먹을 쥐고 엄지 두개를 이용하는데
차례가 돌아오는 사람이 부르는 숫자가 올라온 엄지 숫자와 같으면 이기게 된다.
네사람이 했으니 엄지는 모두 8개.
차례가 온 사람이 부를 수 있는 숫자도 8까지다.
3번을 연속 이기는 두 사람이 승리자가 되고 나머지 두사람은 설거지를 하기로 최종 합의!
- --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침,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이 있어 덧붙인다 (출처:blog.naver.com)- --
설거지 게임의 전적은 전반적으로 딸아이의 승리가 많았다.
번번히 지기만 하는 아들녀석과 남편은 거의 설거지를 도맡아 하다가
가기 전에 먹은 점심 식사에서 결정적으로 딸아이가 져서 전승을 실패하게 되지만
그래도 역시 게임의 강자는 딸아이다.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이번에도 네 종류의 보드 게임을 가져왔다.
처음엔 젊은 애가 뭐 이런 걸 하나 싶었는데
딸 아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함께 둘러앉아 보드 게임을 즐겨한다.
새로운 게임을 배우고,
함께 둘러앉아 머리를 짜내고,
함께 소리내어 웃는 그 모습이 좋아
나 역시 함께 모이면 보드 게임을 하자고 분위기를 부추기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진 사람이 점심밥을 사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차를 준비하는 벌칙이지만
보드 게임만큼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런 것을 할 때는
누군가가 주도를 해야 하고
대부분의 남은 자는 동조를 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싫다는 표시를 하면 당연히 게임을 하기가 힘들어지기 십상이다.
딸아이는 주도를 하고
엄마는 부채질을 하고
아빠는 땔감을 넣고
아들은 불을 살린다.
개인적인 바람은 나중에 며느리가 들어오고 사위가 들어와도 식후 설거지 게임을 계속 하는 것이다.
사위가 들어오면 엄지 손가락이 10개가 될 것이고
며느리까지 들어오면 12개가 되겠지.
나중에 손자녀들까지 합세를 하면...도대체 엄지가 몇 개가 되는거야?
그땐 슬그머니 설거지 대열에서 남편과 나는 물러나는 것으로 해야겠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
남편과 둘이 먹고 난 후의 설거지 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남편한테도 매일 식후 설거지 게임을 하자고 할까?
잔머리 여왕은 오늘도 잔머리를 쉴 새 없이 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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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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