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눈길이 그 동안 다리가 껑충하게 길어진 둘째 아들 아미르에게 가게 되면, 이 빨강 머리 녀석이 장래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 결정을 무작정 뒤로 미룰 수 만도 없는 일이다. 녀석은 이제 곧 열 세 살이 되는 것이고, 성년식을 맞아 부모 앞에서 앞으로 갖고 싶은 직업을 밝히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녀석은 지금까지 앞으로 무슨 직업을 갖고 싶다던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던가 하는 이야길 한 적이 없다. 녀석에게는 과연 어떤 직업이 합당한 것일까?

  녀석의 괴팍스러운 성질로 보아서는 녀석에게 어울릴 직업이란 있을 성 싶지가 않다. 다른 아이들은 버스 운전수가 되고 싶다든가, 빵 굽는 사람이 되고 싶다든가,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사자 조련사가 되겠다든가, 군인 대장이 되겠다든가, 숱하게 지껄이게 된다. 그런데 이 아미르란 놈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최근 그의 선생님이 그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러자 녀석은 오래 생각지도 않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요."

  "그런 직업은 없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일러 주자 녀석은 또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래요? 그럼 난 어린애로 그냥 살겠어요."

녀석의 이러한 대답을 분석해 보면, 녀석이 인생에 대해 퍽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기까지도 하다. 그렇다면 녀석을 철학자로 한번 키워 봐? 그런데 철학자에게도 이스라엘의 엄청난 세금을 감당할 만한 수입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아내의 말을 빌면, 빠듯이 세금만이라도 물을 수 있는 직업이면 그건 훌륭한 직업이라는 것인데, 과연 철학자가 그럴 수는 있을지. 녀석이 공작물을 만드는 솜씨로 보아서는 벽돌공이라던가 산부인과 의사 같은 것은 제대로 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법 손맛이 야문 편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아내에 의해 모두 거부되었다. 벽돌공은 높은 사다리 위에서 일해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래에서 쳐다볼 때 어미 마음이 오금이 저리도록 아슬아슬해서 안된다는 것이었고, 산부인과 의사는 반대로 안전하기는 하지만 지루하거나 잘못되면 또 성범죄를 저지를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본인에게도 혹시 그동안 생각해 보았던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지나가는 말로 한번 슬쩍 물어 보았더니, 역시 그렇지는 않았다. 녀석은 간단히 이렇게 대답해 버리는 것이었다.

  "영화관에서 표 받는 사람."

  녀석이 최소한 음악에라도 소질을 좀 보였으면! 녀석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꼬락서니를 보면,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커녕 피아노 조율사 노릇도 못할 것 같다. 하기야 피아노 조율사는 시간당 150파운드씩 받고 수입이 꽤 괜찮은 직업이다. 그러나 녀석에겐 그것도 가망이 없다. 

 음악에서 가망이 없다면 미술에서라도 어떤 소질을 보였으면 좋을 텐데, 녀석은 그렇지도 못하다. 위대한 화가를 겨냥했었으면, 못되어도 칠쟁이는 될 수 있을 텐데. 우리 이스라엘처럼 버스나 트럭 색깔을 바꾸기 좋아하는 나라에선 칠쟁이도 수입이 꽤 괜찮은 직업이다. 또 영수증 같은  거 꼬박꼬박 발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세금 많이 뜯기지 않아 좋은 것이다. 그러나 녀석에게 붓질 솜씨가 없는 데야 어떻게 하나? 칠쟁이라면 높은 학위 같은 거 없이도 가능한 것인데..

----에프라임 키죤의 <가족-아들놈의 장래 걱정> 중에서---

두달 만에 집에 온 아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 중에는 

단연 학교생활에 관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딸아이는 대학원 첫 쿼터를 보내며 Lab에서 하는 실험이나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길에서 얻는 만족감을 주로 이야기했고,

유익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싶은 목표가 있었던 딸아이와 달리

아들아이는 에프라임 키죤의 둘째아들 아미르처럼 딱히 되고싶은 것도 없고, 하고싶은 것도 없고,

특별히 천재적이지도 않고, 아주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뭘 못하지도 않는 아이였습니다.

대학을 들어갈 때도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잘 몰라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넌..성향이 이러니까 이 공부가 맞을지 몰라..' 하며 전공을 선택했고

아들아이는 한바탕 성장통을 치른 것 같습니다.

혼자서 엄청나게 고민하고, 누나와 매일 전화로 의논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에

부모의 승인을 바라고 고민을 토로한 아이.

우리 아이가 뭘하고 살지..

우리 아이가 돈을 얼마나 벌지.. 

우리 아이가 어떤 이름을 달고 살아갈지..

그것보다도 

우리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결정이

지내고나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혹시 우리 아이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전공을 바꾸려는 아이를 둔 미씨님이 계시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출 지..그것부터 정하고 의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아이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안개속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안개는 분명 걷힐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