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전환과 진로 (1)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투명한 것이지만, 성인이 된 발달장애 자녀를 학교 밖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많은 부모와 가족에게 특히나 막막하고 걱정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오던 스쿨버스가 더 이상 오지 않는 때가 오면 아이는 무얼 해야 할까? 학령기 동안 내내 아이를 위한 서비스와 지원을 찾고 조율하고 협상하며 수년의 시간을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는Transition process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씨름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압도되기도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하시기를 권합니다. 잠시 뒤를 돌아보면 그 동안 자녀가 해왔던 모든 노력들과 그것을 통해 부모님들이 배운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상황에 앞서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아실 겁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 길을 앞서가며 남긴 시행착오와 축적된 정보가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구자들 역시 꾸준히 지원과 가이드를 해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Autism awareness)이 크게 향상된 덕분에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은 강점과 약점, 선호하는 것이 다 다르며, 모두 독특하고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개인이기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도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취업, 주거, 진학, 사회참여 등에서 각 사람의 여정은 다 다르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보살핌을 받는 의존적인 생활, 기관에서의 단체생활같은 균일화된 삶이 아니라 커뮤니티 내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 자신의 개성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발달장애 자녀를 독립시킨다고 할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큰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정보와 준비 부족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아보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지 않기에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싸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정보를 찾고 자원을 동원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찾아나가는 것이 해법입니다. 물론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또 노력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자녀가 독립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찍 시작하고 준비가 철저할수록 성공적인 성인기 이행과 독립의 가능성은 당연히 커질 것입니다.   

전환 계획(transition plan)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습니다. 고교 졸업을 코앞에 둔 시점보다는 그 보다 훨씬 어린 12-13살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게 당연히 더 좋습니다. 이때 생각의 방향을 거꾸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즉 자녀의 능력, 선호, 강점, 약점 등을 고려해서 먼저 미래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직업을 갖게 될까? 어디서 살게 될까? 성인기로의 이행은 이런 최종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수년에 걸쳐 진행해야 합니다. 10년 후에 내 아이의 모습은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5년후에 어떤 지점에 도달해야 할까? 2년후는?  6개월 후는? 이렇게 시간을 거꾸로 하여 작업하면 제대로된 방향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스텝들을 차근차근 밟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당장에 소속된 곳이 없어진다는 불안감에 취업이나 어떤 프로그램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성급한 생각이 들기 쉽지만, 단순히 직업을 찾거나 진학을 하는 차원보다는  한 사람의 전 생애와 삶의 질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합니다. 취업을 해서 소득을 얻는 것 외에도, 꾸준히 재능을 키우고, 즐겁게 여가활동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친교를 맺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며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모든 측면들이 성인기의 삶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모든 과정은 각 개인과 가족마다 다를 수 있으며 결과도 각기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는 같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 자녀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 (2), (3)편에서는 성인기 전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자기옹호(Self-Advocacy)와 자립생활능력(Independent living Skill)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