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연주나 소나타 연주회 등의 클래식 공연을 참석해 보신 분들은, 아마도 박수를 치는 것으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곡이 끝난 것 같아서 신나게 박수를 쳤는데 옆에서 지금 아니라고 눈치를 주는 것들 말이지요. 클래식 음악의 긴 곡들은 악장이라는 몇개의 단위로 나뉘어져 있어, 보통은 전체의 곡이 다 연주된 후 박수를 치는 것이 매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간혹 공연자의 연주가 너무 뛰어나서 감동을 받아 중간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공연의 역사가 깊은 유럽의 경우에도 종종 있는 일이니 너무 실수했다고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초연으로 연주되는 곡들은 곡의 구성을 미리 알기 어렵기 때문에, 공연에 많이 참석한 사람들도 정확히 언제가 끝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공연을 참석할 때, 미리 연주될 곡이나 연주자에 대한 정보, 관람하는 매너를 이해하는 것은 꼭 지키고 얽매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더욱 연주에 더 집중하고 공연의 재미를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재즈연주를 들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얘기해 볼까요?

 재즈연주는 즉흥적인 면이 많지만 그래도 연주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연주의 방식이 있습니다. 먼저 한 곡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나눠보죠.

 이 곡은 Blue Bossa라는 재즈곡입니다. 위의 동영상은 7분이 조금 안되는 길이의 연주였는데요. 이 곡의 악보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이게 전부라구요? 네, 맞습니다. 달랑 한페이지 16마디의 곡입니다. 그럼 이 짧은 악보를 가지고 어떻게 그런 긴 연주가 가능할까요. 그것은 재즈에서는 이 간단한 곡을 이용해 각 연주자들이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연주하는 방식은, “전주(생략가능) – 원곡 – 악기별 즉흥연주 – 원곡 – 마무리”로 진행됩니다. 즉 간단하게 말하면 원곡을 연주하고, 즉흥연주하고, 원곡을 연주하고 끝나는 것이지요. 정말 쉽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즈의 핵심이 되는 즉흥연주의 부분인데, 각 연주자들은 원곡의 화성진행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멜로디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냅니다. 만약 원곡을 아신다면 연주자가 연주할 때 원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비교해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즉흥연주 길이는 연주자가 원하는 만큼입니다. 원곡만큼, 혹은 두세배 또는 몇배의 길이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똑같은 곡도 연주할 때 마다 길이가 변합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자신의 즉흥연주가 끝날 때 쯤 다음 이어갈 연주자나 멤버들에게 눈짓이나 동작으로 사인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위에 예를 든 곡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시작은 드럼, 베이스, 피아노가 8마디의 전주를 하는군요. 그 후, 트럼펫과 색소폰이 들어와 원곡의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Blue Bossa는 16마디 짧은 곡이라 보통 멜로디를 한번 더 연주해 32마디로 연주합니다.

 첫 즉흥연주자는 트럼펫이군요. 얼마나 연주했는지 셀 수 있으실까요? 정답은 원곡의 7배를 연주했습니다. 원곡 한번의 길이를 1코러스(Chorus)라고 부릅니다. 즉, 7코러스를 연주한 것이죠. 그 뒤를 이어 색소폰이 7코러스, 베이스가 5코러스 동안 즉흥연주를 했습니다.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트럼펫 연주자는 연주가 끝날 즈음에 팔을 올리고, 색소폰 연주자는 베이스 쪽으로 몸을 돌리고, 베이스 연주자는 드럼 쪽에 눈짓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연주자에게 내 연주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관객들은 각 연주자의 즉흥연주가 끝날때 마다 박수를 치며 그 연주자를 격려해 줄 수 있습니다. 곡 중간에 박수를 치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인데 드럼 연주자는 4코러스 즉흥연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원곡이 연주되지 않고, 드럼이 4마디를 더 연주하고 베이스가 4마디를 연주하며 그제서야 원곡의 멜로디가 연주됩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즉흥연주가 끝난 것을 눈치채지 못할 때 일어납니다. 드럼주자는 연주가 끝났는데, 다른 멤버들은 더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특히 드럼같은 타악기는 멜로디와 화성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연주자들도 함께 연주하다가 종종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럴때 이렇게 서로 도와주며 해결하는 것이지요. 어떤가요? 곡을 좀 더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을까요?

 글을 정리하며 동영상 하나를 보여드립니다. 재즈는 오늘 설명드린 방식대로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연주자들도 원곡만 알고 있다면 리허설 없이도  자연스러운 연주가 가능합니다. 아래의 영상이 그런 경우인데요. 한 한국인 베이스 연주자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거리의 바이올린 연주자와 즉석에서 연주하는 영상입니다.

 세 사람은 간단한 대화만 합니다. “Autumn Leaves”라는 곡을 아는지, 어떤 조에서 연주할지, 템포는 얼마나 빠르게 할지를 정한 후, 바로 연주합니다. 오늘 알게 된 것들을 생각하시면서 들어보시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