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얼굴이신가요? 아마도 작년에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겁니다. 바로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라는 사람입니다. 이 분의 이력을 보다보니 흥미로운 것이 많더군요. 젊었을때는 독일의 국가대표로 펜싱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고,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변호사이기도 하고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 조직을 운영하는 행정가이기도 합니다. 보통사람의 인생에서는 한 가지 분야에서도 성취를 이루기도 너무나 어려운데, 이렇게 각기 다른 여러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음악도 깊이 들여다 보면 각기 전문적인 분야로 나뉘게 되고 그 분야의 전문 연주인이 존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에서도, 어떤 연주자는 바흐시대의 음악만 전문적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현대적인 작곡가들의 곡만 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여러시대의 음악을 다 연주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같은 종류인 클래식 음악 안에서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기에, 재즈와 같이 다른 종류의 음악까지 전문적인 수준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즈에 사용하는 리듬의 사용과 즉흥연주는 클래식 음악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소수의 천재들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한 사람을 소개하려 합니다.

  위의 영상에서 모짜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멋지게 연주하고 지휘한 피아니스트, 지휘자 겸 작곡가인 앙드레 프레빈은 독특한 배경을 가진 음악인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계 러시안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차대전의 광풍을 피해 어린나이에 미국 LA로 이주하게 됩니다. 어려서 부터 이미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그는 미국에서는 재즈피아노를 배우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사로 부터 제의를 받아 영화음악을 연주, 편곡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업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그 일들을 시작한 것을 보면 그의 음악적 재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음악적 이런 독특한 배경은 정작 그의 클래식 음악인으로의 경력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클래식 음악인이라기 보다는 영화음악이나 뮤지컬 음악인으로 더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인지 클래식 음악인으로서의 가장 큰 성취는 자신이 자란 미국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영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몇몇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후, 영국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인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미국 출신에 헐리우드에서 음악을 했던 그를 불안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뛰어난 지휘실력으로 그 모든 우려를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지휘자나 음악인들에게 없는 그만의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에서 대화와 소통의 기술이었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이끌며 지휘할 때도 매우 부드럽고 인격적으로 단원들을 대했고, 공연을 할때나 방송에 출연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간적 매력으로 매스컴과 관객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은 항상 관객들로 가득했고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짐작하기로는 어렸을때부터 영화사들을 드나들며 만난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과의 인간관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그의 재즈연주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의 훌륭한 재즈연주뿐 아니라 인터뷰의 기술도 잘 드러나는 영상입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초대에 인터뷰하며 함께 연주합니다.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도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며 연주하는 모습이 음악에 지식이 없는 사람도 편하게 웃으며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여러방면에서 다재다능한 사람을 보면 인생이 그리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이 지불한 노력과 겪어 온 고통의 시간들을 가벼이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고 인생에 대한 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