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나 그 전후의 시기를 다루는 고전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장면 중 휴가 나온 군인들이 분위기 좋은 바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쉽게 떠올리시겠지요. 그런 장면에서는 늘 무대위에는 관악기를 반짝거리며 연주하는 15~20명 정도의 악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추거나 로맨틱한 음악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 악단을 빅밴드(Big Band)라고 합니다.

 빅밴드는 1930년대에서 1940년대 초반까지 가장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재즈의 빅밴드는 관악기가 주는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화려한 편곡으로 인해 실제 연주를 보면 더 신나는 음악입니다. 또 가장 매력적인 것은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지요. 즉 댄스음악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역사를 살펴보면 가장 열광적인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음악은 댄스음악이었습니다. 몸 안에 흐르는 심장박동을 뛰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뜨겁고 강렬한 것이니까요.

 음악을 한번 들어볼까요?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Glenn Miller Orchestra)가 연주하는 최고의 히트곡 ‘In the Mood’ 입니다.

 음악도 신나고 좋지만 연주자들이 일어났다 앉았다하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지요? 오래된 음악이지만 여전히 결혼식이나 많은 파티에 여전히 연주되는데,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는 이만한 음악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빅밴드의 구성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트럼펫, 트럼본으로 이루어진 브라스 (Brass), 다양한 음역의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색소폰(Saxophones), 그리고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리듬섹션(Rhythm section)이 그것들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밴드의 리더가 앞에 서서 지휘를 하거나 자신의 악기를 들고 솔로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빅밴드 음악은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를 하기에 클래식음악의 오케스트라 악보처럼 반드시 잘 준비된 편곡악보가 있어야 합니다. 각 연주자들은 자신의 맡은 파트를 미리 연습하여 여러 악기의 소리가 하나로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연습시간을 갖습니다. 마치 K팝 그룹의 칼군무처럼, 훌륭한 빅밴드일 수록 절도가 있으면서도 각 파트가 꿈틀대는 듯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종류의 재즈에 비해 미리 준비가 된 것을 연주하지만, 그렇다고 빅밴드가 완전히 짜여진 음악은 아닙니다. 동영상에도 나오듯이 함께 연주를 하다가도 갑자기 한명씩 솔로이스트가 일어나 악단의 반주에 맞춰 즉흥연주를 펼쳐냅니다. 이때 솔로가 하는 연주는 연주자가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 빅밴드에는 밴드를 대표하는 뛰어난 솔로연주자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인기가 많아지면 후에 솔로연주자로 독립해서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구성이기에 빅밴드 연주는 친숙하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빅밴드 음악을 들을 때는 – 댄스음악이기에 - 전혀 쑥스러워 마시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면 어떨까요? 아마 훨씬 더 재미있게 음악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글을 마치며 현대적인 빅밴드를 소개하지요. LA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Gordon Goodwin’s Big Phat Band의 연주입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Incredibles’의 음악을 연주한 밴드이기도 합니다. 세련되면서도 익사이팅한 사운드가 무엇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빅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