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류현진 선수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많은 한국분들이 야구에 관심을 보이십니다. 직접 다저스 스타디움에 가서 경기를 보시는 한인분들도 늘었겠지요. 오래전이지만 저는 박찬호 선수가 처음으로 다저스에서 뛰던 경기의 중계를 보며 받은 충격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 당시만해도 메이저리그는 전세계 야구팬의 꿈의 대상이었기에, 최고의 무대인 그 곳에서 선발투수로 나오는 박선수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분야를 바꿔 비유를 한다면, 요즘 핫한 마블영화의 주인공으로 한국배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놀라울까요!

 시간이 흘러, 보스턴 펜웨이파크라는 곳에서 실제로 메이저리그경기를 처음으로 보았을때, 제게는 마치 성지순례같은 경건함마저 느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감동이 없지만, 여전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즐겨찾는 메이저리그 팬카페에 다저스 경기에 갔던 사진을 나누면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지요. 지금 제가 사는 LA지역외에도 미국이 워낙 문화적 인프라가 좋아서 훌륭한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래식음악과 재즈가 더욱 그렇습니다. 많이 아는 디즈니 홀, 헐리웃보울 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장에서 미국 뿐 아닌 전 세계의 음악인들이 늘 공연을 하고 있지요. 가까이 살면서도 바쁜 분들에겐 관심도 없는 것이지만, 멀리 있는 어떤 분들에겐 너무도 귀한 공연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틈날때마다 공연에 대한 정보도 이 곳에서 나누려고 합니다. 막상 쓰려고 하니 모든 사람에게 좋은 공연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좋은 공연의 기준은 취향에 따라 다르기에, 저는 단순하게 나라면 이 공연은 꼭 가보고 싶다는 기준으로 골라보려 합니다. 마침, 바로 전에 나눈 글이 빅밴드에 대한 글이었는데, 좋은 빅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빅밴드 공연은 많은 연주자가 모여야 되기에 자주 보기가 어렵고, 좋은 빅밴드를 만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은 재즈페스티벌로 기획되었기에 너무나 훌륭한 밴드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드문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A Westcoast Big Band Festival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목금토요일 3일간 LA공항 옆 웨스틴호텔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18개의 밴드와 재즈관련 영화와 전문가 패널의 대담이 열립니다. 3일 전체를 참가하는 티켓은 좀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각 팀마다 개별티켓은 10~25불로 저렴합니다. 단 공연은 1시간씩 진행됩니다.

공연정보는 링크해 놓았습니다.

참여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밴드들이지만 그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몇팀만 소개해보면,

The Johnny Mandel Big Band (금요일 9pm)

“The Shadow of Your Smile”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Johnny Mandel 이 이끄는 밴드입니다. 쟈니 맨델은 프랭크 시나트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토니 베넷과 작업했고 그래미상과 오스카 영화음악상을 모두 받은 분입니다.

The Chris Walden Big Band (토요일 5:15pm)

아메리칸 아이돌, 마이클 부블레, 다이애나 크롤, 제니퍼 허드슨의 작업에 참여한 편곡자, 이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겁니다. 현재 가장 핫한 편곡자 중의 한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상당히 젊은 감각의 재즈를 들려주는 밴드입니다.

The Bill Holman Band (토요일 9pm)

빌 홀맨은 한마디로 재즈 빅밴드의 거장 또는 전설이라고 불러야 할 겁니다. 저도 학생시절 이 분의 악보를 분석하고 그 스타일에 맞춰 곡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재즈 빅밴드에 대위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작곡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위법은, 간단하게 말하면 여러 멜로디가 동시에 펼쳐지면서도 균형있게 어우러지는 기술을 말합니다. 바흐의 푸가가 대표적인 대위법을 이용한 작품입니다.

Gordon Goodwin’s Big Phat Band (일요일 7:45pm)

예전에 썼던 빅밴드 음악 소개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팀입니다. 이 팀의 이름은 몰라도 이미 많은 분들이 이들의 연주는 들었을 겁니다. 인크레더블, 아마겟돈, 스타트렉 등의 영화음악에 참여했고, 레이 찰스,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등의 음반에서도 연주한 팀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래미를 수상한 팀입니다. 굉장히 다이내믹하면서도 밝은 음악을 연주하기에 재즈를 처음 듣는 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밴드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