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고모는 세 분이다.

매년 여름방학에 서울에 사시는 고모네 가족들이 내려와서 한 열흘을 보내고 갔다.

사촌들, 그리고 우리 사형제 합하면 아이들만 여덟, 나이도 다 고만고만,

바다에 가서 수영도 하고,평상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시골집이 크고 아래채도 있어서 그 많은 식구가 모여도 잘 곳은 충분했다.

평상위에 커다란 모기장을 쳐놓고 그 안에 누워 밤 하늘을 보며, 사촌들과 밤새 이야기하다

평상에 잠들어 버린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매 여름마다 고모들이 그렇게 내려와서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들일인지,

우리 엄마가 아니였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그런 우리 엄마를 

존경한다.

시누가 셋인 우리 엄마는 이모들 만큼이나 고모들하고도 가깝게 잘 지내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일찍 엄마를  여읜고모들에게  우리 집은 고모들의 친정이었고, 우리 엄마는 고모들에게 친정 엄마 같은 존재였다.

가실때는 바리 바리 싸주시고...

고모들과 엄마는 모이시면 정말 웃음꽃이 지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고

엄마도 고모들을 아끼시고, 고모들과의 시간을 좋아하셨다.

고모들도 그런 엄마의 마음씀에 감사했고,  항상 우리가 잘 되기를 바랬다. 

사촌들 중에 우리 사남매가 공부를 제일 잘 했는데, 당신 자식이 잘하는 것 마냥 칭찬해 주시고,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해주셨다. 

 겨울이면 우리 사남매를 서울로 불러서 옷도 사주시고, 여기 저기 구경 시켜주시고.

매년 우린 그렇게 고모네 가족들과 여름은 서천 바닷가에서 지내고 , 

추운 겨울은 서울에 가서 보내며 정말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시골 겨울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었는데,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서울이 내게는 신세계였다.

내게 고모들은 우리 부모님 다음으로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내게 고모는 무조건 좋은 사람이고, 모든 고모는 다 좋은 사람인줄 알았다.

내게 ‘고모’는  여름날 시골 평상위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맛있는 냄새, 

여름 바닷가 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우리 고모들이 내게 그랬듯이 나도 조카들에게 좋은 고모가 되주려 하고

우리 아이들도 고모가 두 분인데,  나처럼 좋은 고모를 가질 수 있도록, 

시누이들에게 잘 할려고 노력한다.

어릴적에 자잘한 행복의 기억이  많은 사람들이 커서도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산다고 한다.

내게 ‘고모’는  자잘한  행복한 기억들을 줄줄이 가져다 주는 도미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