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사람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고 불편해질 때...
그럴 때 그렇다.
나 혼자만의 방이 없다고,
정말 혼자 있고 싶다고,
가슴 시원하게 혼자 엉엉 울어보고 싶은데 내 공간이 없다고
설움이 북받칠 때가 그렇다.
어쨌든, '자폐'는 내게, 부정적인 단어였다.
한 순간도 긍정적으로 다가든 적 없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자폐는 축복이, 되었다고.
자폐가 축복이라고?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려는 엄마가 들으면
기함할 노릇일 지도 모르겠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자폐'가 축복이라니...
준이가 어느 정도 큰 지금,
나는 이 말의 뜻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준이는 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준이이다.
혹시, 준이가 ASD를 갖지 않고 태어났을 때를 상상해 보았다.
누가 봐도, 티피컬한 얼굴, 표정, 몸짓, 말투, 지능 등등.
준이의 얼굴에 그런 다른 준이를 그려 넣어 보았다.
그런데 그건 준이가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느리고, 어눌하고, 어설프고, 반복하고, 집요하고, 고집스럽고,
상냥하고, 나이스하고, 순진하고, 따스하고,
평생 귀여울 것 같은,
지금의 준이가 아니었다.
거부하고 도망치고만 싶던 '자폐'란 단어가 이제는 준이와 내게 한 몸처럼 되어 있다.
이제는 거부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잘 왔다,고 두팔 벌려 맞을 생각은 없지만,
간다 하면?
무조건 빨리 가라고 엉덩이를 걷어찰 것 같지도 않다.
솔직히,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는 잡지 못해도,
가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며 뒤돌아 서지는 못할 것 같다.
혹시, 이게 '축복'인 걸까?
내가 자폐를 '형벌'이 아닌, '축복'의 한 조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런 지도 모르겠다.
"준이가 ASD를 갖고 있어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것 같아."
라고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자폐가 형벌인지, 축복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규정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그저, 준이가 ASD를 갖고 있으니, 딱 그런 정도로만 생각하고 싶다.
ASD를 가진 아이들 중에 탁월하게 무언가를 잘해서
'싸반트'나 '천재' 소리를 듣는 아이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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