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기 전부터 시작된 나의 두려움.
다섯 개짜리 퍼즐 조각을 앞에 놓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퍼즐 조각을 쳐다만 보고 있을 때,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을 때,
말할 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을때,
내 아이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려움을 부둥켜안고 치료법을 찾다 다녔다.
내 아이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 공포는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내 아이가 아프다
내 아이가 다쳤다
이런 것과 또 다른 두려움.
잘못되었다, 잘못되었다, 잘못되었다.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다쳐도 병원에 갈 수 있는데...
잘못되었다면 어디를 가야 하나...
역시 그랬다.
병원에서는 진단만 해 주었다.
앞으로 먼 길을 가야 할 겁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
그 희망은, 온전히 엄마인 나의 몫이었다.
남편은 듣는 귀는 되어 주었지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치료자는 되어주지 못했다.
혼자라는 두려움도 덮쳤다.
그게 어느덧 십년이 넘었다.
지금 그 때의 두려움은 없다.
이젠 또 다른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나는 '혼자'가 아니다.
준이같은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외로움을 덜 수 있었다.
준이가 자랄 때마다 또 다른 두려움에 직면하지만
길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많은 경우,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해결책이 주어지는 건 아니고
내 마음 무늬를 잘 만들어가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암담하지는 않다.
다행히.
최근,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울어 버렸다.
[우리는 완치법을 찾으려고 하죠. 그러나 그건 잘못된 방향이에요.
저에게는 헨리와 카이가 전환점이었어요. 실험실에서의 1차 목표는 자폐증의 완치가 아니라
해로운 점의 생물학적 원인을 찾아내는 걸로 바뀌었죠. 예를 들면 두려움 같은 거 말이에요.
원인을 밝혀내고, 그것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그리고 더 나아가 자폐인이 그 자신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들의 뇌는 달라요.
하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의 뇌가 똑같길 바라진 않잖아요.
그저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독립적으로 살길 바랄 뿐입니다.]
준이는 잘못된 아이가 아니었다.
뇌가 다른 아이.
다르다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타인과 같은가?
그 타인은 나와 같은가?
우린 모두 다르다.
'대다수'란 이름의 가장 넓은 범주에 속할 뿐,
그마저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르다.
좀 많이 다를 수 있는 아이, 준이.
그 아이가 '잘못되었다'에 맞추었던 초점을
이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해로움'으로 바꾸기로 했다.
어떤 다른 점이 이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도록.
그래서 이 아이가 스스로도,
사회적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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