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사춘기를 겪고 있다
신체의 변화, 마음의 변화, 호르몬의 변화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준이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기를 'hate'한다는 것이다
준이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말을 걸면 나쁜 말을 한단다
Shut up
Go away
F*ck off
무슨 말을 했는데 그런 말을 들었냐고 물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학교 친구들의 활동을 보고
콘서트가 어땠냐고 물었는데, F*uck off
어제 생일 파티가 어땠냐고 물었는데, Go away
텍스트를 보냈는데 텍스트 받은 아이가 준이의 텍스트를 원치 않는다고
교사에게 말을 했고
그 교사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아이에게 텍스트를 그만 쓰게 해 달라고
화살은 모두 준이에게 향해 있다
잘못을 했다고
텍스트를 보내지 말라고
욕을 들을 만하니까 들은 거라는 식
콘서트 잘했냐고 물은 게 잘못일까?
생일파티 어땠냐고 물은 게 잘못일까?
텍스트를 보낸 게 잘못일까?
(보낸 텍스트를 보았지만 나쁜 말은 없었다)
잘못은 준이에게 있는 게 아니라
편견에 있는 게 아닐까
ASD를 가진 아이라
행동과 말이 어눌한 아이라
말하기 싫고 친구하기 싫은 건 아닐까
편견을 가진 건 잘못이라 할 수 없다
편견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 편견을 일일이 잘못이라 하면
잘못 안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편견이 좋은 건 아니지만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모두, 잘못은 없다
(물론, 욕은 잘못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욕을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다)
중요한 건 잘잘못보다 잘잘못을 가르는 편견이다
사람은 편견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무리 공평한 사람이라도 작은 편견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편견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편견의 선기능이다
아이들이 편견을 갖지 않게 애쓰는 건 너무 힘든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준이의 어눌한 행동이나 맥럭없는 표현 방식이
최소한 '잘못'은 아님을 그 아이들이 알 필요가 있다
준이의 어눌함을 '잘못'이나 '뒤떨어짐'으로 치부한다면
쉽게 나쁜 말이 나올 수 있다
준이의 어눌함을 도움 받을 부분으로 이해한다면
적어도 욕같은 건 하지 않을 수 있다
준이는 아이들과 사귀지 못해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욕을 들어서 속상하다
욕을 한 아이를 처벌하는 것보다
욕을 하지 않도록 이해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준이의 자연스럽지 못한 '소셜 행동'들을 일일이 이해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준이가 소셜 매너를 그 아이들 만큼 능수능란하게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그 아이들이 알 필요는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엄마가 노력해도 마을이 외면하거나 몰이해하면 이룰 수 없는 일이 있다
나는 지금 '마을'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학교로 간다
교장선생
카운슬러
케이스매니저
담당 교사
일단 이렇게 내일, 미팅을 하기로 했다
ASD를 가진 아이의 '소셜'은 한 '마을'의 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소셜(social)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social=
관계의
교제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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