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준이 보렴
준아, 안녕
엄마야
이번 달 새학기가 시작되었구나
한 학년 올라가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완전히 또 새로운 환경에서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엄마는 정말 기쁘단다.
언제 보아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내 아들 준아.
어제 엄마하고 한 이야기 생각나지?
집에 오면 이것저것 손에 닿는대로 하다가 말고
또 다른 거 하다가 말고...
그런 것보다 시간표를 정해놓고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엄마도
테라피 선생님도
준이하고 이야기를 나눴지.
넌 시간을 아주 잘 지키는 아이잖아.
친구와의 약속도
가족 약속도
단 1분도 늦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 엄마도 잘 안단다.
준아.
약속은 책임이니까 말이야.
책임, responsibility.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책임'은 다른 사람이 널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거란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곧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거든.
앞으로 너가 보기 좋게 엄마가 책상 앞에
이런 시간표 그림을 붙여둘게.
그럼 네가 시간표를 지켜서 할 일을 해 나가는 게 훨씬 수월해질거야.
물론, 시간표를 지킨다고 해서
1분도 안 틀리고
늘 그것만 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야.
네가 아프거나
급한 다른 할 일이 생기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단다.
그걸 '융통성'이라고 해.
flexiblity.
선생님들이 네게 늘 중요하게 강조하는 이야기가
'융통성'인 거 기억하지?
뭐 하나라도 철저하게 하려는 네 태도는 아주 훌륭해.
하지만 사람은 모든 일에 완벽할 수 없단다.
조금 어긋나고
조금 실수하더라도
네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마.
그게 융통성이야.
조금 어긋나고 잘못된 게 있더라도
고치고 다시 맞춰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래야 너도
너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편안할 수 있단다.
넌 이미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니까
책임감 강한 아이니까
융통성만 조금 더 배우면 될 것 같아.
기억하렴.
이 세상에서 네게 완벽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말이야.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사람 또한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아두렴.
우리는 그저,
완벽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야.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
노력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그게 인생이야.
엄마는 네가 노력하는 건 좋지만
융통성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됐으면 해.
시간표를 지키는 건 완벽하게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는 걸
엄마랑 차근차근 배워나가자꾸나.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 먹고
30분 간 컴퓨터 게임!
그리고 나서 악기 연습, 그러고 나서 휴식.
그 후에 엄마와 탁구 치기.
그 다음은...
나중에 시간표를 보면서 이야기하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시 조정해도 괜찮아.
우리, 융통성을 발휘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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