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형이 많이 속상해했어
그래서 너도 많이 속상했지
큰 소리도 나고
형은 좀 울기도 하는 것 같았어
학교 친구 중에 우리 준이한테 문자로
나쁜 말하면서 놀린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말이야
형이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형은 널 돕고 싶어서 그런 거야
누가 우리 준이를 괴롭히지 않는지
누가 우리 준이를 놀리지 않는지
형은 그게 늘 마음에 쓰이나봐
너한테 꾸준히 나쁜말하고 놀리는 아이들 몇이
너를 불러냈다는 걸 알고
형이 가지 말라고 했지
생일이든 극장에 가든 어딜 가든
단 한번도 초대한 적 없고
너가 보낸 문자에 단 한 번도 답 없던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야
그저 자기들이 원할 때 나쁜 말로
또 놀리는 말로 문자를 보내오기나 했지
네가 결국은 가겠다고 해서 형아도 엄마도 할 수 없이 허락을 했지만
그 아이들은 오라고 해놓고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장소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어
너는 그 이유를 끝내 알지 못했고
형아는 그 이유를 바로 알았지
휴....
처음에 형이 네 휴대폰을 보자고 한 건
엄마가 부탁해서였어
너는 아직 미성년자니까
부모는 휴대폰을 봐도 되는 나이란다
엄마가 형아만큼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또 형아는 네 나이를 겪어봤으니까
엄마가 도와달라고 했어
그건 네가 이해해줘야 해
그래도 네 허락을 받는 건 잊지 않았잖아
형아는 그간 그 아이들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많이 속상해했어
화도 났고 말이야
엄마도 그랬어
널 많이 이해해주시는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지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은 누구인지 알고 있더구나
준아
너는 그 아이들이 나쁜말과 놀리는 문자를 보내지만
그 뜻과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거야
형아도 엄마도 선생님들은 알 수 있는데 말이야
너는 그게 왜 나쁜 말이냐고
그게 놀리는 말이냐고 속상해했어
그냥 이야기하는 거라고 말이야
아무리 말해도 네가 알아듣지 못한다며
형아는 너와 이야기다가 화를 내고 말았지
그냥 형 말만 들어!
그건 형이 속이 상해서
널 아끼는 마음에서 그랬던 거야
그러고 나서 형아가 엄마한테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엄마
준이가 맞아
내가 잘못된 거야
준이는 착해서 다른 사람의 나쁜 마음을 이해못하는 거야
왜 놀리는지, 왜 골탕 먹이려 드는지
그 마음을 모르는 거야
의심을 못하는 거야
엄마
원래 우린 그래야 하는 거잖아
엄마
난 왜 그 아이들의 나쁜 마음을 이리도 잘 알까
엄마
나도 나쁜 걸까
준아
엄마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마음 아팠던 적이 없었단다
형아를 부둥켜안고 우린 좀 울었단다
어째서 이땅의 아이들이
이땅의 착한 아이들이
나쁜 마음을 배워야 할까
나쁜 마음을 보이는 아이들도
사실은 착하고 싶을 텐데 말이야
그 아이들도 지금 배우는 과정일 텐데 말이야
왜 나쁜 마음 같은 게 있고
우린 그걸 또 알아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우린 왜 그게 나쁜지 알면서
가끔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하는 걸까
나와 형아는 네게
나쁜 마음을 가르쳐야 하는 걸까
엄마는 정말이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구나
너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나쁜 마음이란 게 있고
네가 그걸 알고 있어야 하고
나쁜 마음을 느끼면
너도 나쁜 마음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 건지 어떤지 말이야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구나
엄마도 도움이 필요하구나
하지만 이건 잊지 않으려 한다
하늘은
착한 마음을 분명히 알아주실 거라고 말이야
착한 마음을 원하실 거라고 말이야
우리, 같이 생각하고
같이 배워나자꾸나
오늘도 좋은 꿈 꿔
우리 착한 아들,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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