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게 됐어.
네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데
엄마 아빠도 모르는 사이에 언성이 좀 높아졌던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우리가 말다툼을 하는 지도 몰랐구나.
의견이 달라서 그걸 나누는 와중에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 미처 몰랐던 것 같아.
네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깨가 축 처져서 방에 들어갈 떄서야
엄마 아빠는 우리가 '다툼'을 했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우린 입을 다물었는데
네가 잠시 후 다시 나와서 이렇게 말했지.
나 때문에 싸우는 거야?
엄마 아빠는 너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네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 아빠가 그때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는지 모를 거야.
너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너는 쉽게 믿는 표정이 아니었어.
아이 앞에서 부모가 작은 말다툼이라도 하면 안 되는 이유...
네가 그걸 확실히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 같아.
아이들은 부모가 다투면
자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한다는 거 말이야.
생각해 보니 엄마도 어렸을 떄 그랬던 거 같아.
부모님이 다투면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앞으로 내가 더 잘해야겠다...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아마 내가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생각하는 걸까?
이 기회를 빌어 네게 엄마아빠가 사과하고 싶어, 준아.
엄마 아빠도 각각 '다른' 사람이다 보니
생각이 다를 떄가 많단다.
그걸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될 때도 많지.
너도 가족하고도 그렇고
친구들하고도 그럴 때 있지?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맞추려고 노력하는데
언성이 높아질 필요는 없을 거야.
그치?
맞추려고 하는 노력이라면 얼마든지 작게, 부드러운 목소리로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래야 상대를 더 잘 설득할 수 있는데 말이야.
그걸 잘 알면서도 자꾸 잊게 돼.
준이 네가 그걸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 같아.
엄마, 아빠도 생각이 다르니 언쟁을 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게 '다툼'이 되지는 않도록 노력할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굳은 표정, 험한 표정을 짓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서로에게 맞출 수 있다는 걸
너를 통해 생생하게 깨달았어.
준아.
엄마 아빠가 언쟁을 하더라도
그건 결코 너 때문 아니야.
너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계획을 세우고
고민을 할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게 '너 때문'은 아닐 거야.
너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걸 거야.
물론, 위한다는 마음은 핑계일 뿐,
사실은 저마다의 욕심을 앞세우는 게 되지 않도록 조심할게.
아주 많이 조심할게.
오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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