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우선, 엄마가 네게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아.
봉사 캠프긴 하지만
네가 잘해낼 수 있을지 엄마는 자신이 없었단다.
그래서 몇년 째 캠프를 보내지 못했지.
넌 그리도 가고 싶어했는데 말이야.
선생님도 좀 걱정이 되셨던 것 같아.
넌 엄마, 아빠, 형아, 선생님이 왜 걱정을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을 테니
답답했을 거야.
올해도 어김없이 봉사 캠프 일정이 다가오고,
걱정만을 앞세워서 네가 하려는 도전을 막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드디어 캠프 스태프로 등록하고
한달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먼 캠프 길에 올랐구나.
일행 속에 섞여
비행기를 타러 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가슴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단다.
네 등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어찌나 믿음하던지 말이야.
네가 언제 그렇게 키가 자랐는지,
네 등이 언제 그렇게 길어졌는지,
네 뒷모습을 보고서야 알았구나.
이제 우리 준이도 어엿한 청소년이란 걸
새삼 깨달았단다.
널 작은 아이로만 보니까
널 생각하면 늘 걱정만 앞서고
네가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캠프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믿지 못했던 것 같아.
이제 2주 동안 부모와 형아를 떠나서
너 혼자
정말 처음으로 너 혼자
가족 아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제 엄마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단다
미리 앞서서 걱정하기 않기로 했어.
널 믿는만큼 걱정을 줄어들 거야.
그런데 엄마 마음엔 널 믿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구나.
제발 날 좀 믿어줘 엄마.
그 한 마디가 널 캠프에 조인시키기로 결심하게 한 것 같아.
믿어달라고 하지 않아도 믿어주는 게 부모일 테니까 말이야.
선생님이 네가 잘하고 있다면서
단체로 춤추는 모습을 보내주셨어.
박자를 정확히 지켜서 진지한 모습으로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맞추려 애쓰는
네 모습을 보고 우리 가족은 많이 웃었단다.
그리고 또 눈물도 흘렸단다.
세상에서는 이렇게들 말한단다.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큰다고 말이야.
그런데 엄마는 이번에 알았어.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행복해지기도 한다는 걸 말이야.
다른 아이들 틈에 섞여 그리도 환하게 웃는 네 얼굴은
행복해요, 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어.
걱정만으로 널 부모 곁에서 놓으려 하지 않았던 걸
사과할게.
그것도 널 지키고 널 보호하려던 것이었으니
우리 준이는 우릴 이해해 주겠지만 말이야.
앞으로는 네가 실수할 수 있게,
네가 그러면서 세상을 배우고 단단해질 수 있게,
더욱더 널 믿으려 해.
준아,
행복하게 잘 지내고
봉사 많이 하고
많이 많이 배우고 오렴.
우리 준이, 멋져!!
*그림출처
https://bspokrstudio.com/1004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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