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오늘 아침에 아빠가 네 방 쓰레기통을 내다 놓으라고 이야기했을 때
네가 한 이야기 기억나니?
아침에 준비물을 덜 챙겨서 다른 날보다 분주했던 네게
아빠가 쓰레기통을 내다 놓으라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서 짜증이 나거나 불편할 수 있었는데도,
넌 조금도 그런 표정을 짓지 않더구나.
엄마는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엄마도 아빠도 형아도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조급해져서
별 일 아닌 것에도
다급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짜증스러운 투로 말이 나갈 때가 있거든.
우린 다 그런단다.
그게 좋지 못한 일인지 알면서도 말이야.
모든 일에 완벽하면 좋겠지만,
사람이다 보니 그런 실수도 하고
좋지 않은 모습도 보이게 되는 것 같아.
다급할 때 짜증스럽게 말하지 않은 것도 대견하지만
네가 그 다음에 한 말이 더 기특했단다.
아빠, 오후에 와서 하면 안 될까요?
언뜻 듣기에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말이야.
사실, 네가 한 그 말은 쉬운 말이 아니란다.
"아, 지금 준비물 챙기기 바빠 죽겠는데, 왜 하필 지금 쓰레기통을 비우라 그래요?!"
그렇게 이야기하기 쉬운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야.
원래 아침에 쓰레기통을 비우곤 하니까 아빠가 아침에 말한 건 잘못이 아니잖아.
그래도 다급하면 짜증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너는 아주 침착하게, 그렇게 말했어.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와서 아빠도 아주 기특해했단다.
다른 사람은 네 상황을 다 알 수 없단다.
네가 어떤 문제로 다급한지,
네가 왜 다급한지, 알 수가 없단다.
그러니 알려주면 되는 거란다.
네가 지금 급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지금 급하니 나중에, 다음 기회에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면 되는 거란다.
그런데 살다 보면 아주 쉬워 보이는 이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급하다는 이유로 말이야.
네가 급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면 정말 좋겠지만
그걸 기대할 수는 없는 거란다.
준아.
우린 그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려주면 된단다.
나이스하게 말이야.
평소의 너가 하는 그대로 말이야.
오늘도 해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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